제2장: 철의 의회
이진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골목을 지나, 육중한 철제 문이 달린 은밀한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곳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철제 가공소였으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끝에는 '철의 의회'가 모이는 비밀스러운 회합장이 있었다. 자욱한 증기가 통로를 채우고 있었지만, 그 열기는 작업실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차가운 이성과 은밀한 긴장감이 뒤섞인 열기였다.
의회원들이 모인 지하 회합장은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제국의 기술이 소수의 권력자가 아닌,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자들이었다. 이진은 의회원들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낮에 보았던, 미세하게 어긋나던 태엽의 불협화음이 맴돌았다. 기술의 완벽함이 무너지는 것은 아주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진, 자네 표정이 좋지 않군. 태엽 심장의 오차라도 발견한 건가?"
옆자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진은 고개를 돌렸다. 의회의 원로 중 한 명이었다. 이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으며, 최근 조정에서 움직이는 기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기술은 이제 단순한 동력을 넘어, 통제의 수단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좌의정 최무결 대감이 주도하는 신규 법안을 보십시오. 모든 핵심 부품의 제조 공정과 도면을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은, 결국 기술을 권력의 전유물로 만들겠다는 선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단호했다. 기술이 독점되는 순간, 그것은 인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를 억압하기 위한 사슬이 된다. 이진은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 ✦ ✦
의회의 회합이 끝나고, 이진은 한설이 운영하는 상단의 별채로 향했다. 그곳은 화려한 비단과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한 곳이었으나, 이진에게는 정보가 흐르는 또 다른 전쟁터였다. 한설은 창가에 앉아 차가운 찻잔을 매만지며 그를 맞이했다. 그녀의 눈빛은 늘 그렇듯 예리하고 냉소적이었다.
"의회 일은 여전히 고단한가 보네. 얼굴에 '고뇌하는 지식인'이라고 쓰여 있어."
한설은 가벼운 농담을 던졌으나, 이어진 그녀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이진, 자네가 태엽의 균열을 걱정하고 있을 때, 바깥세상은 이미 다른 종류의 균열을 일으키고 있어. 서구의 상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들은 단순한 무역을 넘어, 우리 제국의 증기 기술을 노리고 있지."
이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서구의 세력이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이유가 있습니까?"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이한 것들을 손에 넣었거든."
한설은 품 안에서 작은 천에 싸인 물건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천을 조심스럽게 걷어내자, 그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푸른 빛을 내뿜는 결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보석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날카롭고, 광물이라기에는 기묘할 정도로 영롱한 빛을 띠고 있었다. 결정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진동하며 주변의 공기를 차갑게 얼리고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진이 홀린 듯 손을 뻗으려 하자, 한설이 차갑게 제지했다.
"서구에서 온 정체불명의 푸른 결정체야. 연금술사들이 다룬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 결정 하나가 우리 제국의 거대한 증기 기관을 단숨에 무력화할 수도, 혹은 그 이상의 파괴력을 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 이 빛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제국의 평화는 이미 위태로워졌어."
이진은 푸른 결정체를 응시했다. 그것은 그가 평생을 바쳐 탐구해온 정교한 기계 문명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이고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기술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 그 정점을 무너뜨릴 이질적인 힘이 다가오고 있었다다.
"이 결정체가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는 벽이 될지, 아니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불씨가 될지 모르겠어. 이진, 조심해. 우리가 쌓아 올린 이 철의 제국이, 저 푸른 빛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한설의 경고는 차가운 밤바람을 타고 이진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이진은 다시금 낮에 보았던 태엽의 불협화음을 떠올렸다. 세상은 이미 거대한 균열을 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