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칠흑 같은 어둠이 한양의 밤을 짓누르고 있었으나, 도시는 결코 잠들지 않았다.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철제 궤도 위로 검은 연기가 성난 짐승의 숨결처럼 뿜어져 나왔고, 그 끝에는 달빛조차 삼켜버릴 듯한 잿빛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육중한 소음이 대지를 진동시켰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심장 박동이자, 거대한 제국이 내뱉는 탐욕스러운 신음이었다.
강물이 흐르던 곳에는 이제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운하가 자리 잡았다. 철로를 따라 달리는 증기 기관차의 불빛이 어둠을 가르며 지나갈 때마다, 도시의 그림자는 기괴하게 일렁였다. 화려한 등불 아래 비치는 번영은 눈부셨으나, 그 빛이 닿지 않는 골목 깊은 곳에는 기름때 묻은 노동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녹슨 철의 비린내가 진동했다.
“보아라, 이것이 우리가 일궈낸 새로운 세상이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갑고도 단호했다. 그것은 진보라는 이름의 신을 숭배하는 자들의 찬가이자, 동시에 보이지 않는 사슬을 예고하는 저주였다. 거대한 철의 구조물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수록, 대지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 멀리 동해의 파도가 해안가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괴수가 다가오는 발소리처럼 들려왔다. 증기의 시대가 가져온 찬란한 황금빛 뒤편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이 안개처럼 스며들고 있었다. 그것은 기술의 진보가 낳은 축복인가, 아니면 인류를 집어삼킬 거대한 파멸의 전조인가.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갔고, 운명의 수레바퀴 또한 이미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