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제11장: 전운의 고조

흑철의 제국: 잠들지 않는 파도 · 약 6분

폭발음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처럼 땅을 흔들었다. 이진은 가슴을 짓누르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공장의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은 이미 일상이 된 듯했으나, 오늘따라 그 소음이 유독 날카로운 비명처럼 고막을 파고들었다. 한설은 그의 소매를 붙잡은 채, 흐려진 시야 너머로 연기가 치솟는 공장 지대를 응시했다.

“저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이진. 누군가 의도적으로 멈춰 세운 것처럼 보이지 않아?”

한설의 말대로, 솟구친 연기는 마치 거대한 짐승이 내뱉는 마지막 숨결처럼 공중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진은 그 연기를 보며 자신이 만든, 혹은 자신이 완성해야 할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파괴의 징후를 읽어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사소한 사고에 매몰될 여유가 없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해안가에서 목격한 그 푸른 빛의 잔상과, 최무결이 강요한 국유화의 서늘한 그림자였다.

✦ ✦ ✦

며칠 뒤, 한양의 해안가 근처에 마련된 거대 건조소는 제국의 위용을 증명하기 위한 열기로 가득 찼다. 그 중심에는 거대한 철의 성벽이라 불리는 ‘해룡(海龍)’이 있었다. 그것은 기존의 증기선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십 개의 거대한 톱니바퀴와 육중한 증기 배출구를 가진 거대 증기 전함이었다. 최무결은 이 전함의 진수를 통해, 서구의 침략자들에게 조선의 기술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과시하려 했다.

이진은 전함의 하부 동력부를 점검하기 위해 검은 기름때가 가득한 격납고로 들어갔다. 그곳의 공기는 뜨거운 증기와 금속의 비린내가 뒤섞여 숨을 쉬기조차 버거웠다. 그는 전함의 심장부라 불리는 거대 보일러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가 직접 설계에 참여했던, 그러나 최무결의 지시에 따라 치명적인 수정을 거친 ‘태엽 심장’의 확장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진은 렌즈를 눈에 밀착한 채 핵심 축을 살폈다. 보일러의 압력 게이지는 이미 위험 수위를 가리키며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그가 예전에 목격했던 그 미세한 균열이, 이제는 거대한 강철 벽면을 타고 혈관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 금속은 압력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압력에 짓눌려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다.

“이보게, 이진 공!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뒤를 돌아보자, 최무결의 부관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진은 황급히 도구를 챙기며 입을 열었다.

“대감께 전해주십시오. 전함의 동력 계통이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보일러의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서기 직전입니다. 이대로 진수한다면, 해룡은 바다 위에서 스스로 폭발할 것입니다!”

부관의 얼굴에는 경멸의 빛이 스쳤다. 그는 이진의 말을 듣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자네의 그 과한 걱정이 제국의 발목을 잡는군. 대감께서는 이미 이 수치를 통제할 수 있는 특수 밸브를 설치하셨다. 자네는 그저 설계대로 조립이나 잘하면 될 일이다.”

“그 밸브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금속 자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요!”

이진의 절규는 거대한 증기 소음에 묻혀버렸다. 그는 자신의 경고가 권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꼈다. 최무결은 기술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억지로 덮어두고 있었다.

✦ ✦ ✦

그날 밤, 이진은 홀로 작업실로 돌아와 낡은 서신 한 장을 다시 꺼냈다. 낮에 보았던 그 노인이 건네준, 국유화에 반대하며 지식을 공유하려 한다는 자들의 움직임이 담긴 기록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화려한 굴뚝 아래에서 소리 없이 결집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술을 독점하려는 조정에 맞서, 기술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지키려 했다. 이진은 그들이 말하는 ‘흐르는 기술’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권력의 손아귀에서 통제되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힘을 의미했다.

“만약 이 전함이 정말로 폭발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 것인가.”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태엽 심장을 만졌다. 만약 자신이 이 병기의 설계를 수정할 수 있다면, 혹은 이 균열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하지만 최무결의 눈은 이미 모든 기술을 국가의 소유로 선포한 채, 이진의 손에서 모든 권한을 빼앗아간 뒤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 해안가 쪽에서 거대한 전함의 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제국의 위엄을 과시하는 화려한 등불이었으나, 이진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거대한 장례식의 횃불처럼 보였다.

그때, 한설이 다급히 그의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욱 창백했고,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진, 들었어? 서구의 함대들이 해안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소문이 있어. 그들이 단순한 무역선이 아니라는 말도 함께 말이야.”

한설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에 섞인 불길한 징조처럼 들렸다. 이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자신이 마주한 이 거대한 강철의 괴수가 과연 다가올 파도를 막아낼 수 있을지를 자문했다.

“그들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 같군. 우리가 만든 이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추기 전에.”

이진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 렌즈를 닦았다. 내일이면, 그가 경고했던 그 거대한 강철 괴수가 차가운 바다 위로 미끄러져 나갈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국이 쌓아 올린 모든 질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의 심장을 조여오고 있었다.

목차

P 프롤로그증기의 시대가 불러온 찬란한 번영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길한 전조. 1 제1장: 증기의 서막거대한 증기 도시 한양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불길한 균열. 2 제2장: 철의 의회기술의 독점과 정체불명의 푸른 결정체가 가져올 거대한 균열. 3 제3장: 톱니바퀴의 그림자기이한 빛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병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4 제4장: 푸른 빛의 침입푸른 결정체가 품은 이질적인 힘과 다가올 격변의 전조. 5 제5장: 강철의 심장태엽 심장에서 발견한 균열, 다가올 파멸의 전조. 6 제6장: 권력의 설계자기술의 국유화를 선포한 권력과 그에 맞서는 기술자의 고뇌. 7 제7장: 파도의 경고안개 너머로 나타난 푸른 빛의 이질적인 함선과 다가올 파멸의 전조. 8 제8장: 균열의 징후무너져가는 태엽 심장과 다가오는 푸른 함대의 위협. 9 제9장: 연금술의 그림자푸른 빛의 전조와 함께 마주한 이질적인 힘. 10 제10장: 붉은 연기제국의 번영 뒤에 숨겨진 파괴적인 풍경과 대지의 신음. 11 제11장: 전운의 고조거대한 전함 해룡의 폭발 위기와 다가오는 서구 함대의 위협. 12 제12장: 푸른 파도의 습격푸른 빛의 함대가 몰고 온 연금술의 파도가 해룡을 집어삼킨다. 13 제13장: 무너지는 제국해안을 침범한 푸른 함대와 무너져 가는 제국의 비극. 14 제14장: 카이로스의 진실푸른 빛의 침식 속에 드러난 제국 기술 탈취의 음모. 15 제15장: 임계점의 폭발임계점에 도달한 제국의 병기들이 자멸의 서곡을 울린다. 16 제16장: 결전의 전야무너져가는 제국의 파멸 속에서 기술의 공개를 두고 갈등하는 이진. 17 제17장: 불타는 한양무너져 내리는 제국의 심장부, 불타는 동력 타워를 향한 사투. 18 제18장: 심장의 마지막 고동폭주하는 타워의 심장을 멈추기 위한 이진의 사투. 19 제19장: 지식의 해방무너지는 타워 위에서 이진은 지식의 파동을 세상에 던졌다. 20 제20장: 새로운 시대의 서막무너진 제국의 잔해 위로 새로운 시대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E 에필로그기술이 모두의 언어가 된 시대, 새로운 세상의 서막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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