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제18장: 심장의 마지막 고동

흑철의 제국: 잠들지 않는 파도 · 약 5분

타워의 꼭대기에서 쏟아지는 푸른 광채는 이제 단순한 빛이 아니라, 물리적 무게를 가진 거대한 해일처럼 이진을 덮쳐왔다. 공기는 비명을 지르는 금속의 파편과 타오르는 증기로 가득 차 있었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면은 용암처럼 뜨겁게 요동쳤다. 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의 시야를 가로막는 푸른 안개를 뚫고 타워의 중심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진! 안 돼! 저 타워는 이미 연금술의 침식에 완전히 잠식됐어! 저 안으로 들어가면 네가 알던 물리 법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한설의 절규가 뒤에서 들려왔으나, 이진은 멈출 수 없었다. 타워의 하단부에서부터 들려오는 불협화음은 이미 제국의 심장이 찢어지는 소리였다. 최무결이 명령한 무모한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 강철의 골격 자체를 안쪽에서부터 밀어내고 있었다. 통제 불능의 증기 폭주가 시작된 것이다. 보일러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릴 때마다, 타워의 거대한 기둥이 비틀리며 하늘을 향해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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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의 내부로 들어서자, 지상의 열기보다 더 지독한 것은 연금술의 이질적인 냉기였다. 푸른 빛이 스며든 곳마다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워졌으나, 그 중심부의 증기 압력은 살을 태울 듯 뜨거웠다로. 이진은 타워의 중앙 기둥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동력관을 응시했다. 그 관을 타고 흐르는 것은 단순한 증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제국을 지탱하던 동력이자, 이제는 파멸을 실어 나르는 독이었다.

“이게... 내가 믿어온 기술의 실체인가.”

이진은 떨리는 손으로 타워의 핵심부, ‘태엽 심장’이 안치된 제어실로 향했다. 그곳에 다다르자, 그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강철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던 태엽 심장은, 이미 푸른 결정체의 침식에 의해 기괴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정교하게 맞물려야 할 톱니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고통을 호소하듯 뒤틀려 있었고, 그 틈새로 푸른 빛의 액체가 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박동하고 있었다. 한 번의 박동마다 타워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그것은 기계의 움직임이라기보다, 죽어가는 거수의 발작에 가까웠다.

“압력이... 너무 높아. 이대로 두면 심장이 스스로를 파괴하며 도성 전체를 날려버릴 거야.”

이진은 급히 제어반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손을 대는 순간, 제어반의 금속 표면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이진의 손을 거부했다. 연금술의 침식이 기계의 지능을 잠식하여, 인간의 통제를 거부하는 괴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는 이제 단순한 공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 미쳐버린 심장을 진정시켜야 하는, 유일한 집행자가 되어야 했다.

✦ ✦ ✦

이진은 품 안에서 작은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그가 개발한, 기술의 원리를 보편적인 법칙으로 치환해주는 작은 태엽 장치가 들어 있었다. 그는 이것을 심장의 박동에 직접 개입시킬 유일한 도구로 삼기로 했다.

“제발... 제발 버텨다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태엽 장치를 심장의 중심부, 즉 가장 격렬하게 진동하는 톱니바퀴의 축에 밀어 넣었다. 순간, 차가운 연금술의 기운과 뜨거운 증기의 압력이 충돌하며 이진의 팔을 타고 전율이 일었다.

치이이익—!

푸른 빛의 파동이 태엽 장치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그것은 지식을 삼키려는 포식자의 의지였다. 이진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모든 정신력을 집중해 장치의 태엽을 수동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너는... 너는 결코 누군가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너는 자연의 섭리이자,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진의 외침은 타워의 굉음에 묻혔다. 그의 손바닥은 뜨거운 증기와 차가운 푸른 빛 사이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태엽을 돌릴 때마다, 심장의 박동이 조금씩 느려지는 듯했으나, 동시에 기괴한 뒤틀림은 더욱 심해졌다.

그때였다. 심장의 가장 깊은 곳, 핵심 부재인 중앙 축이 눈에 띄는 균열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콰드득—!

“안 돼!”

이진의 눈앞에서, 태엽 심장의 핵심 축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그것은 심장의 완전한 파괴였다. 동력을 전달하던 유일한 통로가 사라지자, 타워 내부의 압력은 갈 곳을 잃고 폭발적인 분출을 시작했다.

하늘을 찌르던 거대한 동력 타워가, 이제는 내부에서부터 솟구치는 증기와 푸른 광채를 이기지 못하고 거대한 꽃처럼 피어오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진은 흩날리는 강철 파편과 뜨거운 증기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심장의 마지막 고동을 목격했다. 그것은 제국의 종말이자, 동시에 그가 마주해야 할 거대한 혼돈의 시작이었다.

목차

P 프롤로그증기의 시대가 불러온 찬란한 번영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길한 전조. 1 제1장: 증기의 서막거대한 증기 도시 한양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불길한 균열. 2 제2장: 철의 의회기술의 독점과 정체불명의 푸른 결정체가 가져올 거대한 균열. 3 제3장: 톱니바퀴의 그림자기이한 빛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병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4 제4장: 푸른 빛의 침입푸른 결정체가 품은 이질적인 힘과 다가올 격변의 전조. 5 제5장: 강철의 심장태엽 심장에서 발견한 균열, 다가올 파멸의 전조. 6 제6장: 권력의 설계자기술의 국유화를 선포한 권력과 그에 맞서는 기술자의 고뇌. 7 제7장: 파도의 경고안개 너머로 나타난 푸른 빛의 이질적인 함선과 다가올 파멸의 전조. 8 제8장: 균열의 징후무너져가는 태엽 심장과 다가오는 푸른 함대의 위협. 9 제9장: 연금술의 그림자푸른 빛의 전조와 함께 마주한 이질적인 힘. 10 제10장: 붉은 연기제국의 번영 뒤에 숨겨진 파괴적인 풍경과 대지의 신음. 11 제11장: 전운의 고조거대한 전함 해룡의 폭발 위기와 다가오는 서구 함대의 위협. 12 제12장: 푸른 파도의 습격푸른 빛의 함대가 몰고 온 연금술의 파도가 해룡을 집어삼킨다. 13 제13장: 무너지는 제국해안을 침범한 푸른 함대와 무너져 가는 제국의 비극. 14 제14장: 카이로스의 진실푸른 빛의 침식 속에 드러난 제국 기술 탈취의 음모. 15 제15장: 임계점의 폭발임계점에 도달한 제국의 병기들이 자멸의 서곡을 울린다. 16 제16장: 결전의 전야무너져가는 제국의 파멸 속에서 기술의 공개를 두고 갈등하는 이진. 17 제17장: 불타는 한양무너져 내리는 제국의 심장부, 불타는 동력 타워를 향한 사투. 18 제18장: 심장의 마지막 고동폭주하는 타워의 심장을 멈추기 위한 이진의 사투. 19 제19장: 지식의 해방무너지는 타워 위에서 이진은 지식의 파동을 세상에 던졌다. 20 제20장: 새로운 시대의 서막무너진 제국의 잔해 위로 새로운 시대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E 에필로그기술이 모두의 언어가 된 시대, 새로운 세상의 서막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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