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제17장: 불타는 한양

흑철의 제국: 잠들지 않는 파도 · 약 5분

가죽 주머니 속에서 꺼낸 작은 태엽 장치가 이진의 손바닥 위에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생명체의 심장처럼 규칙적인 박동을 내뱉으며, 차가운 금속의 온기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 온기는 지상에서 밀려오는 파멸의 열기에 비하면 찰나의 온기조차 되지 못했다.

“이진! 저것 봐, 저것이 정말... 저게 정말 우리가 만들어온 것들이야?”

한설이 가리킨 지상 위로,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을 찔렀다. 연금술의 푸른 빛이 닿은 강철들이 마치 살아있는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며 뒤틀리고 있었다. 푸른 안개가 스며든 곳마다 강철은 액체처럼 흘러내렸고, 그 위를 덮은 증기는 붉은 화염에 휩싸여 폭발적인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양은 이제 거대한 철의 도시가 아니라, 불타는 고철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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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심장부, 통치 위원회 집무실의 창가에는 최무결이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 대신, 자신이 구축한 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것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경악이 서려 있었다.

“이럴 수는 없다! 내 손으로 만든 이 위대한 제국이, 고작 저 푸른 빛의 장난질에 무너진단 말이냐!”

최무결의 고함이 불타는 도성을 향해 쏟아졌으나, 돌아오는 것은 무너져 내리는 성벽의 굉음뿐이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강철의 신수’ 설계도를 움켜쥐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완성하려 했던, 압력을 무한히 견뎌낼 수 있는 신의 기계. 그러나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기술은 인간의 통제 아래에 있을 때만 질서이며,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그것은 주인을 삼키는 괴물이 된다는 사실을.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더 강력한 힘이 있어야 저 푸в 빛을 짓누를 수 있어!”

그는 미친 듯이 부관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가 명령한 압력이 높아질수록, 제국의 심장부인 거대 보일러들은 더욱 처참하게 자멸하고 있었다. 금속이 스스로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지표면 아래에서부터 진동하며 올라왔다. 최무결이 쌓아 올린 기술의 성채는, 그가 가한 압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안쪽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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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로의 끝, 지상과 맞닿은 계단 위로 붉은 연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진은 그 뜨거운 숨결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눈을 감았다.

“이진, 이제 올라가야 해. 저 불길 속으로, 저 혼돈 속으로!”

한설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졌다. 이진은 자신의 손에 든 태엽 장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것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이것은 무너져가는 세계의 잔해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길어 올릴 유일한 밧줄이었다.

그가 마침내 지상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옥의 풍경 그 자체였다. 하늘은 푸른 연금술의 광채와 붉은 화염이 뒤섞여 보랏빛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고, 거대한 증기 기계들이 하나둘씩 폭발하며 불꽃의 비를 내리고 있었다.

“아아아악!”

어디선가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불타는 강철의 파편이 하늘을 가르고, 그 파편이 닿는 곳마다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진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 저 멀리 거대한 동력 타워가 푸른 빛의 파동에 휩싸여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곳은 제국의 심장이었다. 만약 저 타워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혹은 연금술의 에너지가 그 중심부에 완전히 침투한다면, 조선의 모든 기술은 영원히 서구의 연금술 아래 종속될 것이었다.

“저것을 막아야 해. 기술이 저들의 도구로 전락하기 전에!”

이진은 불길을 헤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신발 밑창을 타고 올라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푸른 빛에 잠식되어가며 기괴하게 뒤틀리고 있는 거대한 동력 타워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타워의 꼭대기에서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푸른 광채가 솟구쳤다. 그것은 연금술 에너지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물질의 법칙을 완전히 재정의하는 파괴적인 정점의 빛이었다. 그 빛이 닿는 곳마다 강철은 액체가 되어 흘러내렸고, 공기는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자아냈다.

이진은 그 압도적인 빛의 폭풍 속으로, 자신의 운명을 던져 넣기로 결심했다.

목차

P 프롤로그증기의 시대가 불러온 찬란한 번영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길한 전조. 1 제1장: 증기의 서막거대한 증기 도시 한양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불길한 균열. 2 제2장: 철의 의회기술의 독점과 정체불명의 푸른 결정체가 가져올 거대한 균열. 3 제3장: 톱니바퀴의 그림자기이한 빛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병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4 제4장: 푸른 빛의 침입푸른 결정체가 품은 이질적인 힘과 다가올 격변의 전조. 5 제5장: 강철의 심장태엽 심장에서 발견한 균열, 다가올 파멸의 전조. 6 제6장: 권력의 설계자기술의 국유화를 선포한 권력과 그에 맞서는 기술자의 고뇌. 7 제7장: 파도의 경고안개 너머로 나타난 푸른 빛의 이질적인 함선과 다가올 파멸의 전조. 8 제8장: 균열의 징후무너져가는 태엽 심장과 다가오는 푸른 함대의 위협. 9 제9장: 연금술의 그림자푸른 빛의 전조와 함께 마주한 이질적인 힘. 10 제10장: 붉은 연기제국의 번영 뒤에 숨겨진 파괴적인 풍경과 대지의 신음. 11 제11장: 전운의 고조거대한 전함 해룡의 폭발 위기와 다가오는 서구 함대의 위협. 12 제12장: 푸른 파도의 습격푸른 빛의 함대가 몰고 온 연금술의 파도가 해룡을 집어삼킨다. 13 제13장: 무너지는 제국해안을 침범한 푸른 함대와 무너져 가는 제국의 비극. 14 제14장: 카이로스의 진실푸른 빛의 침식 속에 드러난 제국 기술 탈취의 음모. 15 제15장: 임계점의 폭발임계점에 도달한 제국의 병기들이 자멸의 서곡을 울린다. 16 제16장: 결전의 전야무너져가는 제국의 파멸 속에서 기술의 공개를 두고 갈등하는 이진. 17 제17장: 불타는 한양무너져 내리는 제국의 심장부, 불타는 동력 타워를 향한 사투. 18 제18장: 심장의 마지막 고동폭주하는 타워의 심장을 멈추기 위한 이진의 사투. 19 제19장: 지식의 해방무너지는 타워 위에서 이진은 지식의 파동을 세상에 던졌다. 20 제20장: 새로운 시대의 서막무너진 제국의 잔해 위로 새로운 시대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E 에필로그기술이 모두의 언어가 된 시대, 새로운 세상의 서막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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