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제13장: 무너지는 제국

흑철의 제국: 잠들지 않는 파도 · 약 5분

해룡이 내뿜은 거대한 폭발음은 대기를 찢어발기며 한양의 하늘을 검은 연기로 뒤덮었다. 불타는 강철의 파편들이 눈물처럼 바다 위로 쏟아졌고, 그 파편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물기둥은 마치 거대한 무덤의 비석처럼 솟구쳤다. 이진은 귀를 찢는 듯한 이명 속에서 정신을 붙잡기 위해 한설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눈앞의 풍경은 이제 전쟁이 아니라, 문명이 스스로를 해체하는 처참한 도살장이었다.

"이진, 저들을 봐! 저들이... 저들이 육지로 올라오고 있어!"

한설의 비명 섞인 외침에 이진은 고개를 돌렸다. 푸른 빛의 함선들이 해룡의 잔해를 비웃듯 지나쳐, 이제는 해안가 마을과 제국의 방어 거점들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었다. 서구의 함선이 지나간 자리는 푸른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마치 죽음의 영토가 확장되는 듯한 기괴한 광경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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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조정은 유례없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서구의 함대가 해안선을 뚫고 들어왔다는 급보가 전달되자마자, 최무결은 침착함을 가장한 채 거대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집무실의 창밖으로 보이는 불타는 해안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손안에 쥐어진 권력의 무게를 다시금 확인했다.

"증기 병기의 출력을 임계치 너머로 끌어올려라. 국유화된 모든 동력원을 해안 방어선으로 집중시켜라!"

최무결의 명령은 단호했다. 그는 기술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때, 그것을 더 큰 힘으로 짓누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조정의 비밀 병기인 '강철의 신수'라 불리는 거대 증기 기계들을 가동시켰다. 그것은 해룡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강력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최후의 보루였다.

"대감, 압력이 제어 범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보일러의 금속 구조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부관의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으나, 최무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것은 통제의 과정이다. 압력이 높아야 적을 찢어발길 수 있는 법이다. 멈추지 마라!"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은 적의 함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진이 목격했던 태엽 심장의 균열은, 제국이 자랑하던 모든 동력 계통의 근원적인 결함이었다. 압력을 높이면 높일수록, 금속은 그 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찢어발기며 파멸의 길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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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은 한설과 함께 서둘러 도성 근처의 보급 창고로 몸을 숨겼다. 불길은 이미 해안가 마을을 삼키고 한양의 외곽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하늘은 검은 연기와 푸른 안개가 뒤섞여 기괴한 보랏빛을 띠었고, 땅은 거대한 기계들이 내뱉는 진동으로 인해 끊임없이 요동쳤다.

"저건... 저건 우리가 알던 전쟁이 아니야."

이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은 이제 단순한 파괴가 아닌,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불협화음이었다. 최무결이 가동시킨 증기 병기들이 하나둘씩 불을 뿜으며 적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으나, 이진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불이 붙은 채 달리는 폭탄처럼 보였다.

"이진, 저것들을 봐. 저 기계들이... 저 기계들이 적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어!"

한설의 말대로였다. 최무결의 명령에 따라 한계치까지 압력을 끌어올린 증기 병기들이, 서구의 연금술 함대를 향해 돌진하던 중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폭발하기 시작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보일러가 터져 나가며, 병기들은 적을 타격하기도 전에 스스로의 동력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은 결국 자신을 잡아먹는 법이지."

이진은 피가 섞인 침을 삼키며 절망적인 진실을 마주했다. 최무결은 기술을 다스린다고 믿었으나, 실상은 기술이 가진 파괴적인 성질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억눌린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어 터져 나오는 순간, 제국이 쌓아 올린 모든 질서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재가 되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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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제 붉은 불길과 푸른 광채로 가득 찼다. 해안가에서 시작된 전쟁의 불길은 거대한 증기 기계들의 폭발과 함께 도성 근처까지 들이닥쳤다. 연기와 불꽃이 뒤섞인 공기는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찔렀고, 땅은 거대한 짐승이 몸부림치는 듯 끊임없이 진동했다.

이진은 불길이 번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푸른 빛의 함대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영토가 아닐 것이다. 저들은 이 무너져 내리는 제국의 잔해 위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법칙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선의 기술은 그저 짓밟혀야 할 고철에 불과했다.

"이제 시작이야. 저 푸른 파도가 도성을 삼키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설의 질문에 이진은 대답할 수 없었다. 멀리서 또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최무결이 아껴둔 마지막 방어 기계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제국의 심장부가 요동치고 있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푸른 섬광이 도성의 성벽을 비추는 순간, 이진은 보았다. 안개 너머로 다가오는 저들의 함선이, 마치 죽음을 예고하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목차

P 프롤로그증기의 시대가 불러온 찬란한 번영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길한 전조. 1 제1장: 증기의 서막거대한 증기 도시 한양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불길한 균열. 2 제2장: 철의 의회기술의 독점과 정체불명의 푸른 결정체가 가져올 거대한 균열. 3 제3장: 톱니바퀴의 그림자기이한 빛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병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4 제4장: 푸른 빛의 침입푸른 결정체가 품은 이질적인 힘과 다가올 격변의 전조. 5 제5장: 강철의 심장태엽 심장에서 발견한 균열, 다가올 파멸의 전조. 6 제6장: 권력의 설계자기술의 국유화를 선포한 권력과 그에 맞서는 기술자의 고뇌. 7 제7장: 파도의 경고안개 너머로 나타난 푸른 빛의 이질적인 함선과 다가올 파멸의 전조. 8 제8장: 균열의 징후무너져가는 태엽 심장과 다가오는 푸른 함대의 위협. 9 제9장: 연금술의 그림자푸른 빛의 전조와 함께 마주한 이질적인 힘. 10 제10장: 붉은 연기제국의 번영 뒤에 숨겨진 파괴적인 풍경과 대지의 신음. 11 제11장: 전운의 고조거대한 전함 해룡의 폭발 위기와 다가오는 서구 함대의 위협. 12 제12장: 푸른 파도의 습격푸른 빛의 함대가 몰고 온 연금술의 파도가 해룡을 집어삼킨다. 13 제13장: 무너지는 제국해안을 침범한 푸른 함대와 무너져 가는 제국의 비극. 14 제14장: 카이로스의 진실푸른 빛의 침식 속에 드러난 제국 기술 탈취의 음모. 15 제15장: 임계점의 폭발임계점에 도달한 제국의 병기들이 자멸의 서곡을 울린다. 16 제16장: 결전의 전야무너져가는 제국의 파멸 속에서 기술의 공개를 두고 갈등하는 이진. 17 제17장: 불타는 한양무너져 내리는 제국의 심장부, 불타는 동력 타워를 향한 사투. 18 제18장: 심장의 마지막 고동폭주하는 타워의 심장을 멈추기 위한 이진의 사투. 19 제19장: 지식의 해방무너지는 타워 위에서 이진은 지식의 파동을 세상에 던졌다. 20 제20장: 새로운 시대의 서막무너진 제국의 잔해 위로 새로운 시대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E 에필로그기술이 모두의 언어가 된 시대, 새로운 세상의 서막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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