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제2장: 젖은 발자국

무채색의 파도 · 약 5분

발밑의 웅덩이는 짓밟힐 때마다 검은 피를 토해내듯 튀어 올랐다. 태오는 젖은 작업복의 무게를 견디며 안개의 심장부로 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들려오는 선박의 고동 소리는 이제 비명처럼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부두의 외곽, 대형 컨테이너들이 성벽처럼 늘어선 구역은 빛조차 길을 잃는 곳이었다. 그곳은 해신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워진, 도시의 배설물이 흘러나오는 하수구와도 같았다.

그는 낮은 자세로 움직였다. 익숙한 동작이었다. 조직의 사냥개로 불리던 시절, 타깃을 쫓을 때 몸에 익혔던 본능적인 움직임이 근육 마디마디에 새겨져 있었다. 안개는 시야를 차단하는 동시에, 그가 숨을 죽일 수 있는 완벽한 은신처를 제공했다. 태오는 습기 어린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였다.

부두 한편, 녹슨 철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낮게 깔린 엔진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안개를 타고 흘러왔다. 태오는 컨테이너 사이의 좁은 틈을 통해 그곳을 훔쳐보았다. 검은색 대형 밴 한 대가 전조등을 끈 채 멈춰 서 있었다. 차 문이 열리고,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공기에는 마약이 유통될 때 특유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물건은 확실한가?"

낮고 거친 목소리가 안개를 찢었다. 태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광경을 주시했다. 사내들 사이로 은밀한 거래가 오가고 있었다. 그들이 주고받는 것은 분명 해신이 이 도시의 혈관에 주입하는 검은 액체, 즉 마약일 것이었다. 돈 가방이 오가고, 약봉지가 전달되는 짧은 순간, 태오는 자신의 심장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저것이 동생을 삼킨 괴물의 실체인가.

그때였다. 거래를 마치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사내 중 한 명이 발을 헛디디며 비틀거렸다. 그가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차량에 올라탔다. 밴이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 뒤, 정적만이 남은 부두에는 눅눅한 습기만이 감돌았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사내들이 떠난 자리를 향해 소리 없이 다가갔다. 심장 박동이 귓가를 때렸다. 만약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면, 이 순간은 생의 끝이 될 터였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확인했다. 그것은 사내들이 가져간 커다란 가방이 아니었다. 누군가 급히 챙기려다 흘린 듯한, 낡고 투박한 가죽 가방이었다.

태오는 주위를 살피며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죽은 비에 젖어 축축했고, 손에 닿는 감촉이 불쾌할 정도로 무거웠다. 마약이 든 가방이라면 이토록 무거울 리 없었다. 그는 가방의 지퍼를 아주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내렸다. 안개가 그의 시야를 가리는 찰나를 이용해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가방 안에는 하얀 가루나 약물이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겹겹이 쌓인 서류 뭉치와 수십 권의 작은 수첩들이 들어있었다. 서류의 표지에는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어떤 페이지에는 이름과 함께 거액의 금액이 적힌 도장들이 찍혀 있었다. 그것은 마약의 유통 경로가 아니었다. 도시의 상층부를 지탱하는, 그러나 가장 추악한 민낯을 담고 있는 기록들이었다.

"이게 대체..."

태오는 나직하게 읊조렸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것은 단순한 범죄의 증거가 아니었다. 이 도시의 권력을 쥐고 흔드는 자들의 숨통을 쥐고 있는, 거대한 폭탄이었다. 만약 해신이 찾는 것이 마약뿐이라면, 이 가방은 그들에게 재앙이 될 수도, 혹은 자신들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가방을 품속 깊숙이 밀어 넣었다. 가죽의 차가운 감촉이 가슴을 압박해왔다. 갑작스러운 무게감이 그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었다. 이제 그는 단순히 동생의 흔적을 쫓는 추적자가 아니었다. 도시의 거대한 비밀을 품은, 위험한 침입자가 되어 있었다.

멀리서 다시 한번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태오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 이제는 발밑조차 흐릿했다. 그는 가방을 품에 안은 채, 자신이 방금 목격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갈지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가방을 손에 넣은 순간부터 자신의 삶은 다시는 예전의 무채색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는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대한 입을 벌린 괴수의 신음처럼 그를 뒤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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