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제1장: 안개의 도시

무채색의 파도 · 약 4분

해무는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부두의 녹슨 크레인들이 안개 속에서 거대한 괴수의 뼈대처럼 솟아올라 있었다. 들이마시는 공기마다 섞여 드는 비린내와 기름때가 섞인 습기가 폐부 깊숙이 달라붙었다. 강태오는 젖은 장갑을 고쳐 끼며, 방금 전 눈앞에서 명멸했던 그 짧은 불꽃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담뱃불이었는지, 혹은 무너져가는 세상의 마지막 신호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부두 한구석, 버려진 컨테이너 그림자 아래 몸을 숨긴 채 거칠게 몰아쉬는 숨을 죽였다. 손끝에 닿는 감각은 차갑고도 서늘했다.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는 은색 라이터의 금속 질감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동생의 유품이었다. 세월의 흔적에 깎여 빛이 바랜 그 물건은, 이제 태오에게 있어 유일한 이정표이자 끊어내지 못한 저주였다.

그는 라이터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낡은 은색 표면 위로 안개가 내려앉아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동생은 늘 이 라이터로 불을 붙이곤 했다. 그 작은 불꽃이 어둠을 가를 때면, 세상은 아주 잠시 동안만이라도 안개 너머의 존재를 허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작은 불꽃이 꺼지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더 깊은 어둠과 소리 없는 비명뿐이었다.

“...지옥 같은 곳이지.”

태오는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 같은 혼잣말을 흘렸다. 부천의 항구는 살아있는 자들의 땅이라기엔 지나치게 무거웠다. 유통업체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 '해신'이라 불리는 자들이 이 도시의 혈관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이 흘려보내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검은 액체들이었다. 태오는 그 거대한 흐름을 목격할 때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서서히 침몰해가는 거대한 배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라이터의 뚜껑을 엄지로 밀어 올렸다. '챙-' 하는 가벼운 금속음이 안개 속에 잦아들었다. 불을 붙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 차가운 금속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다. 동생이 죽던 그날, 그 차가운 바다로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라이터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면, 태오의 심장은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했다.

해신의 그림자는 부두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화려한 마천루의 불빛이 닿지 않는 이곳, 썩어가는 나무 판자와 녹슨 철근이 뒹구는 밑바닥에서는 돈의 흐름이 곧 법이었다. 태오는 일용직 노동자로 위장해 부두를 전전하며, 그들이 남긴 흔적을 쫓았다. 그들이 무엇을 옮기는지, 누구에게 누구를 바치는지, 그 은밀한 움직임의 끝에 동생의 죽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개가 더욱 짙어지며 시야를 가렸다. 이제는 눈앞의 손가락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태오는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허벅지를 타고 전해졌다. 삶은 이토록 무채색인데, 왜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며 불꽃을 피워내려 하는가.

그는 몸을 일으켰다. 젖은 작업복이 몸에 무겁게 달라붙었다. 멀리서 거대한 선박의 고동 소리가 안개를 가르고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괴수가 잠에서 깨어나 신호를 보내는 것 같기도 했고, 무덤의 문을 여는 소리 같기도 했다.

태오는 안개 속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웅덩이 속에서 검은 물이 튀어 올랐다. 발자국은 금세 차오르는 해무와 빗줄기에 지워져 갔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향해 걷는지조차 불분명한 회색빛의 행군이었다. 도시의 심장부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손안의 은색 라이터가 주는 서늘한 무게감이, 그를 이 지옥 같은 현실에 붙들어 매고 있었다.

목차

읽기 설정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