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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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파도 · 약 3분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의 모든 경계를 지워버리려는 듯 더욱 끈질기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 부두의 녹슨 철근 사이로 스며드는 해무는 이제 피비린내를 삼키고, 그 자리에 차가운 침묵만을 채워 넣었다.

수아는 매일 같은 시간, 카페의 불을 끄기 전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녀의 손안에는 태오가 마지막으로 남긴 은색 라이터가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불꽃을 피워 올릴 수 없는, 차갑고 무거운 금속 덩어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결코 버릴 수 없었다. 그것이 이 지옥 같은 안개 속에서 유일하게 태오가 존재했다는 증거였으므로.

그 무렵, 도시의 지하에서는 박 실장이 남긴 권력의 공백을 메우려는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해신의 그림자는 한 명의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깊은 곳에서, 더 잔인한 방식으로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동생의 죽음이 남긴 비극적인 연결고리는 결국 이 도시가 거대한 괴물의 뱃속임을 증명하며, 또 다른 희생양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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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바닥은 지독히도 고요했다. 차가운 수압이 온몸을 짓눌렀지만, 태오에게 그것은 고통이 아닌 안식이었다. 그는 보았다. 안개 너머로 아주 잠깐 명멸하던 그 빛의 정체를.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이 도시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끝없는 굴레의 신호였다. 그는 그 빛을 향해 손을 뻗는 대신, 스스로 어둠의 일부가 되기를 택했다.

그가 던진 라이터는 파도에 휩쓸려 부두의 깊은 틈새로 가라앉았다. 동생의 흔적도, 자신의 복수도, 그 모든 뜨거웠던 살의도 결국은 차가운 심해의 침묵 속으로 매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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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형사는 퇴직을 앞둔 어느 날, 다시 그 카페 앞을 지나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사건을 쫓지 않았고, 부패한 권력의 눈을 감아주는 일에도 무뎌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카페의 불빛이 꺼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서서 안개 속을 응시하곤 했다. 그곳에는 자신이 끝내 지켜내지 못한, 혹은 지켜볼 가치가 없다고 믿었던 한 남자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

도시의 안개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고, 승리는 공허한 파도의 소음 속에 흩어졌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모호한 이 회색빛 세계에서, 남은 것은 오직 젖은 발자국과 채 마르지 않은 슬픔뿐이었다. 수아는 마지막 남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 한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네요."

그녀의 혼잣말은 거센 빗소리에 섞여 허무하게 사라졌다. 도시의 안개는 이제 모든 진실을 집어삼킨 채, 다시금 무채색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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