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제10장: 무채색의 격전

무채색의 파도 · 약 6분

카페의 조명이 마지막 비명을 지르듯 깜빡이다가 완전히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순간, 정적을 찢은 것은 박 실장의 짧고 서늘한 명령이었다.

"쏴라."

그 소리가 신호탄이었다. 카페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날카로운 파편들이 안개 속으로 비산했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테이블 뒤로 몸을 날렸다. 총성이 고막을 때리는 충격과 함께, 카페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와 비린 혈향으로 뒤섞였다.

"이 미친놈이!"

태오가 낮게 신음하며 품 안에서 숨겨두었던 권총을 꺼냈다. 그는 사냥개였던 시절의 감각을 되살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총구들을 향해 반격했다. 불꽃이 튈 때마다 짧은 섬광이 그의 눈을 때렸다. 그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썩어빠진 판을 무너뜨리기 위해 총을 쏘고 있었다.

✦ ✦ ✦

최 형사는 무기력한 관찰자가 아니었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살육을 돕는 사냥개였다. 그는 총성 사이를 뚫고 카페의 입구를 차단하며, 태오가 도망칠 구멍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태오야,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 나와! 네가 죽어야 이 판이 끝난다!"

최 형사의 외침이 빗소리와 섞여 기괴하게 울렸다. 그는 박 실장의 지시대로 태오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었다. 박 실장은 여유롭게 구석에 서서, 자신이 설계한 대로 무너져가는 이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게 이 총격전은 장부를 회수하기 위한 사소한 소동에 불과했다.

태오는 테이블 밑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음 기회를 노렸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그때, 그의 눈에 카페 뒷문 쪽에서 움직이는 그림자가 포착되었다. 수아였다. 그녀는 태오가 말한 대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의 가장 깊은 곳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경로를 통해 숨어들고 있었다.

'안 돼, 수아 씨... 나오지 마.'

태오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하지만 그 순간, 카페의 뒷문이 거칠게 열리며 또 다른 그림자가 난입했다. 그것은 수아를 향한 추격이 아니라, 태오를 향한 마지막 함정이었다.

✦ ✦ ✦

"찾았다, 이 쥐새끼!"

사내 한 명이 수아의 방향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태오는 눈을 부라리며 몸을 던졌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졌다. 총탄이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비명을 삼키며 앞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저 모든 악의 근원인 박 실장이었다.

태오는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총구의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제물인 것처럼,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박 실장!"

태오의 포효가 카페의 정적을 깨뜨렸다. 박 실장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흔들렸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 변수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오는 박 실장의 코앞까지 육박했다.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화염이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박 실장은 허둥지ر며 권총을 치켜들었지만, 태오의 움직임이 한발 더 빨랐다.

탕—!

짧고 둔탁한 격발음이 이어졌다. 태오의 총구가 불을 뿜었고, 박 실장의 가슴 위로 검은 구멍이 뚫렸다. 박 실장은 신음조차 내뱉지 못한 채 뒤로 넘어졌다. 그는 자신이 쌓아 올린 거대한 권력의 성벽이, 고작 한 남자의 증오 섞인 총탄 한 발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며 눈을 떴다.

✦ ✦ ✦

승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승리가 아니었다.

박 실장이 쓰러지는 순간, 태오의 시야 위로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스쳤다. 누군가 수아를 겨누고 있었다. 아니, 수아가 있는 쪽을 향해 총구가 돌아가고 있었다.

"안 돼!"

태오는 비명을 지르듯 외치며 몸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피를 느끼지 못했다. 오직 수아를 향해 달려드는 검은 총구만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몸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심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음을 느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수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자신의 몸이 그녀의 방패가 되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본능만이 남은 채로.

타타탕—!

연속적인 총성이 카페의 공기를 찢었다. 태오는 수아의 발치에서 무너져 내렸다. 차가운 바닥에 닿는 감각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옆구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자신의 피가 바닥에 고여가는 것을 무채색의 시야로 목격했다.

"태오 씨! 태오 씨!"

수아의 절규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처럼 일렁이며 그의 의식을 붙잡으려 애썼다. 태오는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끝에는 오직 차가운 빗물과 자신의 뜨거운 피만이 만져질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흐릿한 하늘을 보았다.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고,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비릿했다. 자신이 무너뜨린 것은 거대한 괴물이었으나, 그 대가는 이토록 시린 고독뿐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 ✦ ✦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는 죽음의 그림자인지, 아니면 또 다른 파멸의 전조인지 알 수 없었다. 태오의 의식은 점차 깊은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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