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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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파도 · 약 2분

바다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다만 무겁게 가라앉은 해무를 토해낼 뿐이다. 부천의 항구는 거대한 무덤과 같았다. 썩어가는 생선의 비린내와 기름진 바닷물이 뒤섞인 공기는 폐부 깊숙이 침투해 삶의 의지를 갉아먹었다. 밤마다 찾아오는 안개는 도시의 추악한 민낯을 가려주는 유일한 가림막이었다. 화려한 마천루의 불빛이 해무에 가로막혀 흐릿한 잔상으로 흩어질 때, 도시의 밑바닥은 비로소 제 얼굴을 드러냈다.

그 경계의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죽음을 팔고, 누군가는 그 죽음을 삼키며 연명한다. 법과 질서가 침식된 자리에는 돈의 흐느낌과 주먹의 무게만이 남았다. 안개 속을 유령처럼 떠도는 이들에게 정의란 실현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단지 생존을 위해 버려야 할 사치스러운 환상에 불과했다.

검은 파도가 부두의 녹슨 철근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지막 숨소리 같기도 했고, 억눌린 자들의 신음 같기도 했다. 안개가 짙어질수록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해갔다. 빛과 그림자의 구분이 사라진 회색의 세계, 그곳에서 인간은 이름 대신 숫자로, 인격 대신 도구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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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꽃이 일었다. 타오르는 작은 빛줄기가 안개 속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그 짧은 명멸은, 이 도시가 품은 거대한 불길을 예고하는 불씨처럼 위태로웠다.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고, 파도는 멈추지 않고 밀려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잠겨버린 이 도시의 끝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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