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제1장: 멈춰버린 초침의 노래

무채색의 유영 · 약 5분

손바닥 위로 떨어진 시계가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고요한 작업실의 정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준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손을 움켜쥐었다. 머릿속을 휘젓던 이명은 서서히 잦아들었지만,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통증은 여전히 불길한 잔향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바닥에 흩어진 시계를 다시 집어 들었다. 방금 전 보았던 그 이질적인 물건, 기억의 심연을 건드렸던 그 작은 조각이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시계의 뒷면을 다시 열었을 때, 그것은 빛바랜 은색 펜던트였다. 아주 작은 크기의 그것은 세월의 흔적을 머금어 빛을 잃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감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준오는 펜던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익숙함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안개 너머에 있었다. 뇌의 어느 구석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 아려왔다.

"이게 왜 여기에..."

입술을 달싹여 내뱉은 혼잣말은 공허하게 흩어졌다. 그는 펜던트를 손에 쥐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창밖의 무영은 여전히 무채색의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네온사인이 뿜어내는 인공적인 빛은 습기 찬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려, 작업실 안의 그림자를 더욱 길고 기괴하게 늘어뜨렸다.

준오는 습관적으로 왼쪽 손목을 만졌다. 셔츠 소매 아래 숨겨진, 흉측하게 일그러진 흉터가 손끝에 걸렸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의 기억을 도려냈던 날의 흔적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당한 상흔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흉터가 자신의 신체 일부라는 사실만이 지독하게 이질적일 뿐이었다다. 그는 멈춰버린 시계의 태엽을 감아보려 했으나, 기계적인 정교함만을 자랑하던 시계는 이미 생명력을 잃은 듯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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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준오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연기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의 일상은 수집과 정돈, 그리고 지워진 공백을 메우려는 무의미한 몸짓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고물상과 골동품점을 전전하며 물건들에 깃든 시간을 수집했다. 누군가의 애착이 담긴 낡은 만년필, 먼지 쌓인 회중시계, 손때 묻은 책들. 그는 그것들을 만지며 자신이 잃어버린 파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물건들이 건네는 기억은 언제나 불완전했고, 그가 마주하는 것은 늘 차가운 무채색의 허무뿐이었다.

"이거, 물건 상태가 꽤 괜찮은데요?"

작은 골목 끝, 낡은 가구점의 주인은 준오가 내민 시계를 보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준오는 대답 대신 짧은 눈인사로 대신했다. 그는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사물의 정교한 구조에 더 안도감을 느꼈다. 인간의 감정은 변덕스럽고 불투명하지만, 기계의 톱니바퀴는 정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니까. 적어도 그 법칙 안에서는 배신도, 망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정교한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주머니 속, 어제 발견한 그 펜던트가 살을 파고드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의 존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준오는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빌딩들이 늘어선 거리 위로, 기억을 지우는 약물 '레테'의 광고가 홀로그램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당신의 슬픔을 지워드립니다. 완벽한 평온을 약속합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문구 아래로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들은 고통을 지운 대가로 삶의 색채를 포기한 채, 정해진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처럼 무미건조하게 움직였다.

준오는 자신의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은 이 거대한 구멍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설계해 놓은 듯한 이 공백이, 어쩌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작업실로 돌아온 그는 불을 켜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에서 그는 다시 그 펜던트를 꺼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어제의 통증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펜던트의 이음새를 더듬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끄러운 금속이었지만, 아주 미세한 틈 사이로 무언가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핀셋을 가져와 조심스럽게 펜돌트의 가장자리를 살폈다. 아주 작은,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각인이 보였다. 그것은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이라기보다는, 누군가 급하게 남긴 듯한 흔적에 가까웠다. 준오는 숨을 죽인 채 그 문양에 집중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귓가에 다시금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펜던트의 작은 틈이 벌어지며,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종이 조각 하나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 종이는 마치 길을 잃은 나비처럼 준오의 무릎 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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