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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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된 것들의 기록소 · 약 3분

승전보가 울려 퍼지는 광장에는 화려한 조명이 쏟아졌으나, 그 빛이 닿지 않는 골목 끝에는 눅눅한 비린내가 배어 있었다. 게이트가 닫히고 헌터들이 영웅의 칭송을 받으며 성문을 나설 때, 그들이 버려둔 던전의 잔해는 비로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 질감에 가까운 오염이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검은색의 파편들, 죽은 자들의 마지막 절규가 응고되어 만들어진 '잔류사'가 도시의 벽면을 핥으며 번져 나갔다. 방치된 슬픔은 독이 되어 현실을 잠식했고, 관리되지 않은 기억은 사람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기생충이 되었다.

한이결은 방독면 너머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검은 파편들 사이를 걸었다. 화려한 전투의 흔적은 처참한 시신과 찢겨진 살점으로 치환되어 있었다. 그는 승리자가 아니었다. 그는 승리의 배설물을 치우는 자였다. 이결은 품 안에서 낡은 정화 장치를 꺼내 들었다. 장치가 가동되며 희미한 푸른 빛을 내뿜자, 벽면에 눌어붙어 있던 검은 잔상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또 시작됐네요. 이번엔 유독... 슬픈 냄새가 나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강수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녀는 기록용 수첩을 쥔 채, 이결이 닦아내고 있는 잔해 속에서 주워 올린 작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름표가 붙은 낡은 인형이었다. 헌터들이 사냥개처럼 달려들었던 던전의 심장부에서, 누군가는 끝까지 이 인형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냄새가 아니라 기억이야. 인간이 버린 것들이 썩어가는 냄새."

이결은 감정을 배제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인형을 쥔 수현의 손등 위로 쏟아지는 검은 잔류사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인간이 괴물로 변해가는 찰나의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이 남긴 흉측한 흔적들이었다.

그때, 공간이 뒤틀리며 몽환적인 향취가 코끝을 찔렀다. 잔류사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환영, 유리엘의 그림자가 벽면에서 길게 늘어졌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했고, 이결의 시선 끝에서 애절하게 울부짖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냈다.

"기억해 줘... 나를 잊지 마..."

환영은 이결의 어깨를 타고 흐르는 검은 액체처럼 번져 나갔으나, 이결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묵묵히 손에 든 장치를 작동시켰다. 누군가는 기억하기 위해 울부짖었으나, 그는 그 울음소리를 지워내야만 했다. 그것이 그에게 부여된, 가장 고독하고도 잔혹한 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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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협회는 이 공간을 '정화 완료'라는 단어로 포장했다. 하지만 이결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지우는 것은 오염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 도시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를, 이름 없는 청소부들의 손을 빌려 매일 조금씩 삭제하고 있었다. 이결은 텅 빈 거리를 쓸며 생각했다. 이 모든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그는 다시 한번 방독면을 고쳐 쓰고, 아직 채 닦이지 않은 슬픔의 잔해 속으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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