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무너지는 랜드마크

무너진 신들의 잔해 · 약 7분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팽창했다. 태윤이 쏟아낸 염력의 파동은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쳐 쇼핑몰의 잔해들을 사방으로 흩뿌려 놓았다. 한결은 그 압력에 밀려 바닥을 굴렀고, 헬멧의 전방 투사 장치는 충격으로 인해 파란색 빛을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꺼져갔다. 폐허는 이제 거대한 무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보아라, 한결! 이것이 네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세계의 마지막 모습이다!"

태윤이 포효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찢겨진 고막을 파고드는 짐승의 울부짖음이었고, 붕괴해가는 건물에 섞여 드는 비명이었다. 태윤이 손을 뻗자, 천장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뒤틀리며 한결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한결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시야는 온통 붉은색 경고등과 노이즈로 가득했다. [신체 기능 마비율 85% 초과. 과부하 위험.] 시스템의 경고음은 이미 그의 고막을 마비시킨 지 오래였다. 그는 자신의 팔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감각이 아니라 신경이 타는 냄새였다. 그는 이제 영웅의 힘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죽음보다 깊은 공포를 억누르며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것뿐이었다.

한결은 바닥에 떨어진 충격기를 움켜쥐었다. 그는 그것을 던졌고, 동시에 자신의 모든 의지를 실어 태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니, 태윤아! 그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니야!"

그는 소리쳤다. 태윤의 염력이 한결의 가슴팍을 짓눌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짐승처럼, 혹은 무너져가는 성벽처럼 버텼다. 태윤의 눈동자에 서린 공포를 보았다. 그것은 파괴를 갈망하는 자의 눈이 아니라, 파괴될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의 눈이었다. 한결은 그 공포을 꿰뚫어 보았다. 그 공포은 자신과 닮아 있었다.

그 순간, 한결은 자신의 내부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이제는 거의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찾아냈다. 그것은 초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때 '백색의 수호자'라 불렸던 자가, 아니, 한때 누군가의 이름을 지켜주려 했던 한 인간이 가진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한결은 전신을 타고 흐르는 마비의 통증을 의식적으로 억눌렀다. 뇌가 타버리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고,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그는 자신의 신경계가 끊어질 듯 비명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제 영웅으로서의 힘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의지로 태윤의 파동에 맞섰다.

"그만... 멈춰라!"

한결은 태윤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태윤의 염력이 한결의 뼈를 으스러뜨릴 듯 압박했지만, 한결은 이를 악물고 그를 붙잡았다. 방호복의 두꺼운 장갑이 태윤의 옷자락과 피부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과, 그 너머에 있는 절망적인 고독을 느꼈다.

태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너는 왜... 왜 나를 붙잡는 거지?"

"너를 멈추기 위해서야. 너 자신을 파괴하는 것에서 멈춰라."

한결은 이를 악물며 태윤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냈다. 그것은 초월적인 힘의 방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명력을 태워 만드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한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치명적 과부하. 신경계 붕괴 위험.] 경고등이 붉게 점멸하며 그의 시야를 집어삼켰다.

한결은 태윤의 팔을 강하게 꺾어 내렸다. 그리고 그가 뿜어내던 염력의 흐름을 강제로 끊어냈다. 태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한결은 자신의 몸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며 태윤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오직 인간의 무게와, 죽음을 무릅쓴 의지였다.

"이건... 이럴 리가 없어..."

태윤이 헐떡였다. 그의 염력이 약해진 틈을 타, 한결은 그를 제압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결의 시야는 완전히 암전되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신경계의 마비가 이제는 통증이 아니라, 감각의 소실로 변해갔다. 그는 이제 자신의 팔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한결은 태윤의 목을 움켜쥐었다. 아니, 그것은 제압이라기보다는 억제에 가까웠다. 태윤은 공포와 경악이 뒤섞인 눈으로 한결을 바라보았다. 한결은 그 눈 속에서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것들의 잔상을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태윤이 잃어버린 모든 것들의 비명을 들었다.

"이제... 끝내야 해."

한결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태윤을 밀쳐냈다. 태윤은 뒤로 밀려나며 무너지는 구조물 아래로 처박혔다. 굉음과 함께 천장이 내려앉았다. 자욱한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한결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의 손끝은 이제 아무런 감각도 전달하지 못했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헬멧 안의 공기는 뜨겁고 희박했다.

먼지가 가라앉으며 드러난 풍경은 처참했다. 태윤은 그곳에 없었다. 오직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와,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비명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한결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의 손등에는 방호복의 표면과 긁힌 콘크리트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멈췄는지, 혹은 무엇을 끝냈는지조차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무너진 랜드마크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태윤은 사라졌다. 아니, 태윤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한결은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승리의 고양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아주 깊고 질척이는 죄책감의 시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호복에 묻은 먼지와, 그보다 더 깊게 배어든 태윤의 흔적. 그는 태윤을 멈춘 것일까, 아니면 그를 파멸시킨 것일까. 한결은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며, 차가운 바닥에 몸을 맡겼다.

그의 시야에서 마지막 경고등이 꺼졌다. 한결은 그제야 알았다. 자신은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영웅도, 관리자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무너진 잔해 속에 홀로 남겨진, 죽음보다 깊은 고독을 마주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는 이제 아무도 구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태윤과 공유했던 그 지독한 고독의 무게를 온전히 느꼈다. 그것은 멸망의 속도보다 더 빠른, 영원한 상실의 무게였다.

목차

읽기 설정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