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관리자의 경고와 대립

사후세계 배달 서비스: 유령도 배고프다니까요 · 약 7분

가속 페달을 밟는 하은의 손끝에 기분 나쁜 진동이 실렸다. 엔진의 떨림인지, 아니면 도시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기계적 맥동인지 구분할 수 없는 울림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붉은색 경고등이 점멸하며 새로운 배달 지시가 떠올랐다. [특수 구역: 영적 밀도 과포화 지점 - 중앙 관리소 인근]. 그것은 단순한 배달 요청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그녀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는 노골적인 초대장이었다.

"민준 씨, 이거 봐요. 경로가 이상해요. 왜 하필이면 관리소 쪽으로만 유도하는 거지?"

하은이 억눌린 목소리로 물었다. 민준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측정한 수치를 확인했다. 그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단순한 유도가 아닙니다, 하은 씨. 시스템이 당신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이 정도 밀도의 에너지를 처리하면서도 배달이 지연되지 않는지, 즉 배달원의 효율성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확인하려는 겁니다."

오토바이가 좁고 뒤틀린 골목을 파고들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마치 서로를 짓누르듯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벽면에는 검은 액체와 섞인 기하학적 문양들이 기괴하게 일렁였다. 공기는 점차 무겁게 가라앉아 폐부를 압박했다. 그곳은 현실과 비현실이 뒤엉켜 끈적이는 안개처럼 달라붙는, 시스템의 심장부와 맞닿은 경계선이었다.

배달 장소에 도착했을 때, 하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곳은 배달 장소가 아니라 거대한 구조물의 입구였다. 차가운 금속성 질감과 기괴한 영적 잔류 에너지가 뒤섞인 공간. 그 중심에 서 있는 존재는 인간이라기보다 거대한 데이터의 집적체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배달이 지연되었습니다."

무미건조한, 그러나 고막을 찢는 듯한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은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 앞에는 관리자 K가 서 있었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 배제된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관찰자처럼 서 있었다.

"관리자... 당신이 이 모든 걸 설계한 건가요?"

하은의 물음에 K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감정 대신 정교하게 계산된 수치만이 흐르고 있었다.

"설계라는 표현은 부적절합니다. 나는 유지할 뿐입니다. 이 시스템은 붕괴하는 영혼들의 잔해를 수거하여 문명의 동력으로 치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순환 구조입니다. 배달은 그 순환을 돕는 가장 기초적인 인터페이스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은 잔인할 정도로 명료했다. 하은은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그가 말하는 '순환'은 결국 영혼을 착취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의 가동을 의미했다. 하은은 떨리는 손으로 배달 가방을 고쳐 멨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죽은 자들의 마지막 미련조차 에너지로 팔아치우고 있다는 거네요? 배달원이 된 우리도 그저 그 에너지를 뽑아내는 도구에 불과하고요."

"도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배달이 성공하면 영혼은 안식을 얻고, 시스템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것이 이 세계의 질서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죄책감은 시스템의 효율을 저해하는 노이즈에 불과합니다."

K의 목소리에는 어떤 동정심도, 악의도 없었다. 오직 기계적인 효율성만이 존재했다. 하은은 그 순간, 공포가 오히려 차가운 분노로 치환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K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는 배달원이다. 어떤 험악한 귀신 앞에서도 재치와 용기로 배달을 완수해온 이였다. 이 상황에서 무너지는 것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질서라... 당신이 말하는 질서가 이 정도로 비참한 거라면, 그 질서는 아무 의미 없는데요?"

하은은 입술을 깨물며 스마트폰 화면을 빠르게 훑었다. 그녀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대신, 시스템이 보여주는 데이터의 흐름을 눈으로 쫓았다. K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화면 구석에 찍히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 속도와 처리 용량을 매섭게 관찰했다.

"당신의 질서가 완벽하다면, 왜 배달이 지연될 때마다 영적 부패이 발생하는 거죠? 왜 시스템이 특정 경로를 강제로 조정하며 에너지를 쥐어짜야만 하죠? 당신의 시스템이 완벽하다면, 배달원들이 이토록 힘들게 움직일 필요도 없어야 하잖아요."

하은의 날카로운 질문에 K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그의 뒤로 투영되는 데이터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은은 그 찰나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데이터 처리량에 한계가 있군요. 당신은 영혼을 수확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처리하지 못하고 쌓이는 데이터를 억지로 밀어넣고 있는 거예요. 배달 경로를 강제로 조정하는 건, 당신의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적 부패의 속도를 억지로 늦추려는 임시방편이겠죠."

하은은 배달원 특유의 순발력으로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공포를 억누르며 K의 말 속에 숨겨진 구조적 모순을 찾아내려 애썼다.

"시스템 에너지 수치가 계속 상승하는 건 영혼이 안정적으로 수집되기 때문이 아니에요. 당신의 시스템이 한계치까지 가동되고 있다는 비명이죠. 지금 이 배달 지시 자체가 시스템의 과부하을 가리기 위한 가짜 데이터 아닐까요?"

그 순간, 주변의 공간이 기묘하게 일렁였다. K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아주 짧은 순간, 시스템의 오류를 알리는 붉은색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하은은 승리감보다는 서늘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아직 시스템 전체를 파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거대한 공장의 설계도가 가진 약점 하나를 찾아낸 것이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이 시스템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에너지는 계속 쌓이고, 처리 속도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니까요. 당신이 말하는 질서가 무너질 때, 그 파편은 누가 책임지죠?"

하은의 질문에 K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에 거대한 경고창이 떴다.

[경고: 중앙 서버 데이터 처리 과부하 발생]

[영적 부패 수치 급상승: 관측 불가능]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시스템의 심장부에서 느껴지는 이 불협화음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붕괴의 전조였다. 그녀는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완벽한 질서가 아니라, 억지로 짜 맞춰진 위태로운 모래성이라는 것을.

그녀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이제 그녀의 목표는 단순한 배달 점수가 아니었다. 시스템이 숨기고 있는 그 거대한 공장의 엔진이 언제 멈출 것인지, 그리고 그 붕괴가 어디까지 닿을 것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하은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화면에 표시되는 '과부하' 수치는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목차

읽기 설정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