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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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배달 서비스: 유령도 배고프다니까요 · 약 3분

새벽 2시의 서울은 죽은 자들의 식탁이 차려지는 시간이다. 네온사인이 꺼진 골목마다 눅눅한 안개가 고여 있고, 가로등 불빛은 마치 누군가의 창백한 손가락처럼 길게 늘어져 보도블록을 할퀴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 시간, 도시의 혈관은 다른 종류의 생명력을 공급받기 시작한다. 그것은 생기가 아닌, 미련이라는 이름의 질척이는 에너지였다.

하은은 헬멧을 고쳐 쓰며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위로 떠오른 [배달 요청: 강남구 논현동, 3층 아파트, 떡볶이 1인분(맵기 조절 필수)]이라는 문구는 지극히 평범해 보였으나, 그 아래 붙은 배달 주소 옆에는 작은 아이콘이 깜빡이고 있었다. 영혼 전용 배달 시스템, 이른바 '데스-딜리버리'의 전용 표식이었다.

"떡볶이요? 죽어서도 매운 건 못 참는 타입인가 보네."

하은은 픽 웃으며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고요한 골목을 깨웠지만, 그 소리는 이내 허공에서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비명에 묻혔다. 배달이 지연될 때마다 발생하는 영적 부패 현상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식으며 주변 사물들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가로등은 휘어지고 벽면에서는 검은색 액체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하은은 익숙하게 핸들을 꺾었다. 공포보다는 오늘의 배달 점수가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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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장소에 도착하자, 복도는 이미 현실의 물리 법칙을 벗어나 있었다. 벽지는 찢어져 마치 거대한 입처럼 벌어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썩은 꽃향기와 비릿한 쇠 냄새가 섞여 있었다. 현관문 앞에는 희미하게 투명한 형체가 서 있었다. 여자의 형상을 한 영혼이었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허공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빨리... 너무 맵게는... 아니, 너무 안 맵게..."

영혼의 목소리는 뇌를 직접 긁는 듯한 이명으로 들려왔다. 하은은 망설임 없이 배달 가방에서 떡볶이 용기를 꺼내 들었다.

"네, 고객님. 요청하신 대로 덜 매운 맛으로 준비됐습니다. 근데 고객님, 여기 인테리어가 너무... 음, '공포'스럽네요. 리모델링 좀 하셔야겠어요."

하은의 능청스러운 말에 영혼의 일렁임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배달 가방을 내려놓으며 화면을 확인했다. 배달 완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복도를 가득 채웠던 검은 안개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하지만 하은은 보지 못했다. 그녀가 배달을 완료함으로써 시스템에 기록된 '영혼 수확 점수'가 차갑게 카운트되는 것을. 그리고 그 점수가 쌓일 때마다 도시 저편, 거대한 기계 장치의 톱니바퀴가 한 칸씩 더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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