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금지된 구역의 주문

사후세계 배달 서비스: 유령도 배고프다니까요 · 약 6분

하은은 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도로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삼청동의 차가운 공기는 아직도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배달지 좌표로 가득 차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여전히 '시스템 에너지 수집'이라는 기묘한 문구가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에너지 수치라니, 무슨 배터리 충전량 말하는 건가? 아니면 이 동네 전력 사용량?"

그녀는 픽 웃으며 핸들을 꽉 쥐었다. 귀신들이 배고파서 시키는 배달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에너지를 채우는 무슨 거대한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하은에게는 그저 시스템이 제공하는 화려한 수식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는 그저 오늘 밤의 배달 점수를 채우는 것에 집중했다.

오토바이가 도심의 중심부를 지나 외곽으로 뻗어 나갈 때였다. 갑자기 스마트폰 화면이 기괴하게 일렁였다. GPS 좌표가 미친 듯이 춤을 추더니, 지도상의 특정 구역이 검은색으로 칠해지며 '접근 금지'라는 붉은 글자가 떴다. 하지만 그 금지된 구역 바로 옆, 경계선에 걸친 위치에서 새로운 알림이 터져 나왔다.

[긴급 배달 요청: 용산구 인근, 폐쇄된 지하 방공호 구역, 따뜻한 유자차 1잔(설탕 듬뿍)]

"뭐야? 이 구역은 지도에도 안 나오는데?"

하은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소라면 시스템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 주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화면 위의 화살표가 그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마치 누군가 강제로 끌고 가는 것처럼 급격하게 꺾였다. 하은은 본능적으로 몸을 기울이며 핸들을 꺾었다. 오토바이가 비명을 지르며 좁은 골목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버려진 공장 지대였다. 가로등조차 들어오지 않는 그곳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일반적인 영적 반응과는 달랐다. 공기는 단순히 차가운 것이 아니라, 마치 무거운 납덩이처럼 몸을 짓눌렀다. 하은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내려서 주변을 살폈다.

"이거 좀 분위기 잡았는데? 사장님, 여기 조명 좀 켜주셔야겠어요."

그녀는 애써 농담을 던졌지만, 목소리는 평소보다 작게 떨렸다. 폐쇄된 방공호 입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처럼 벌어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기분 나쁜 소음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바람 소리도, 기계 소리도 아니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낮은 음으로 읊조리는 듯한, 기괴한 화음이었다.

하은은 배달 가방을 고쳐 메고 방공호 내부로 발을 들였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보았다. 벽면 곳곳에 새겨진 기묘한 문양들을. 그것은 인간이 그린 문양이라기보다, 무언가를 억지로 짓누르고 봉인하는 듯한 기하학적이고 날카로운 선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뭐야, 이건... 낙서치고는 너무 정교한데?"

그녀가 문양에 손을 대려는 순간, 벽면이 파르르 떨리며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하은의 스마트폰 화면이 붉게 점멸하며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경고: 비정상적 영역 진입. 시스템 에너지가 불안정하게 반응합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방금 전 보았던 '에너지 수치'가 단순한 지표가 아니었다. 이 문양들은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였고, 그녀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그 흐름이 가장 격렬하게 요동치는 지점이었다.

방공호 깊숙한 곳,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한 존재가 나타났다. 그것은 형체가 불분명했다. 마치 수많은 사람의 형체가 겹쳐진 것처럼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가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차... 따뜻한... 차..."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뇌를 긁어내는 진동에 가까웠다. 하은은 등 뒤로 서늘한 전율이 돋는 것을 느꼈다. 보통의 영혼은 배달이 늦어지면 공간을 뒤틀었지만, 이 존재는 존재 자체로 주변의 현실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녀가 서 있는 바닥의 콘크리트가 검게 변하며 부식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네, 고객님. 따뜻하게 잘 끓여왔습니다. 설탕도 듬뿍 넣었고요. 그런데 고객님, 여기 벽에 그려진 낙서들 말이에요. 이거 좀 지워주시면 안 될까요? 보기 너무 칙칙해서요."

하은은 떨리는 손을 감추며 최대한 밝은 톤으로 말했다. 그녀의 농담에 그림자가 움찔하며 반응했다. 그 순간,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에 전례 없는 문구가 나타났다.

[시스템 알림: 비정상적 배달 경로 강제 조정 완료. 에너지 추출 효율 극대화 중.]

하은은 순간 얼어붙었다. '강제 조정'? 그녀는 스스로 경로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그녀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에너지 추출'이라는 단어는 방금 전까지 보았던 '에너지 수치'의 정체를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배달을 완료하기 위해 용기를 꺼내 놓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용기가 아닌, 벽면에 새겨진 문양에 머물렀다. 문양 사이로 검은 액체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고, 그 액체는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벽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배달을 완료하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방공호 전체가 거대한 진동과 함께 요동쳤다.

[배달 완료: 용산 방공호]

[영혼 수확 점수: +100]

[시스템 에너지 수치: 82%로 상승]

순식간에 모든 소음이 멎었다. 그림자는 사라졌고, 방공호는 다시 차가운 정적에 잠겼다. 하지만 하은은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가 배달을 완료하자마자, 벽면의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묘한 빛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환각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토바이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이 배달이 단순히 배고픈 영혼을 달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지금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되어, 무언가를 뽑아내고 있었다.

하은은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다음 배달 요청이 화면에 떴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붉은 경고등이 점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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