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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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굽는 빵집과 달콤한 마법 · 약 4분

글리머의 하늘은 이제 더 이상 단조로운 회색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기억이 빚어낸 다채로운 감정들은 노을이 내려앉는 거리마다 은은한 파스텔빛으로 번져 나갔다. 루나는 가게 문에 달린 종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익숙해진 평온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녀의 손등에는 여전히 타인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며 생긴 미세한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그것은 훈장과도 같은 온기로 느껴졌다.

가게 안에는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했다. 카엘은 구석 자리에서 수첩을 펼쳐놓은 채, 루나가 구워낸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기록은... '치유'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될 수 있겠군요." 그의 냉소는 이제 부드러운 인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루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기록이 아니라, 그분들이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증거예요, 카엘."

그때 문이 열리고 바실이 들어왔다. 한때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집정관은 이제 초라하리만큼이나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가끔씩 손을 떨었지만, 더 이상 검은 안개를 불러내지는 않았다. "여전히... 너무 달군요." 그가 빵을 내려놓으며 말했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처음으로 찾아온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루나는 그를 향해 따뜻한 차를 내밀었다. "달콤함은 기억의 본질이니까요. 당신이 외면했던 그 시절의 기억도, 결국은 당신을 지탱해준 소중한 조각들이었음을 이제는 아실 거예요."

바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우려 했던 과거의 상처는 이제 삭제된 데이터가 아니라, 그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삶의 일부로 재정의되었다. 카엘이 가져왔던 기이한 문양 역시, 사실은 극심한 고통이 엉겨 붙어 만들어진 비명의 흔적이었음을 루나는 이제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명은 루나의 공감을 통과하며 비로소 조화로운 선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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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작업대 위에 놓인 밀대를 내려놓고 창밖을 보았다. 미오는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아이처럼 뛰어다니고 있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아픈 기억을 꺼내어 말하기보다, 그 기억을 어떻게 소중하게 간직할지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루나는 자신의 공감 능력이 가져온 과부하의 고통을 기억했다.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때로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을 동반하지만, 이제 그녀는 안다. 그 고통은 타인을 돕는 대가인 동시에, 타인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그녀는 이제 기억을 지워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기억을 굽는 사람, 즉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모아 온기로 빚어내는 조율사였다. 루나는 다시 밀대를 잡았다. 아직도 세상에는 말하지 못한 슬픔과, 아직은 채색되지 못한 추억들이 가득했으니까. 그녀는 이제 그 모든 이야기들을 가장 따뜻한 온도로 굽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자,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구워볼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글리머의 골목을 채웠다. 빵이 구워지는 향기는 이제 도시의 상처를 덮는 향수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힌 얼음 같은 슬픔을 매일 조금씩 녹여내고 있었다. 루나의 미소는 이제 그 어떤 마법보다도 강력하게 사람들의 내일을 비추고 있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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