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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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굽는 빵집과 달콤한 마법 · 약 3분

글리머의 새벽은 늘 보랏빛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사람들의 꿈이 흩어지며 만들어진 미세한 입자들이 공기 중에 부유하고,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며 은은한 은색 빛을 발산하는 시간. 도시의 골목마다 자리 잡은 마법 상점들의 간판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깨어나는 이 시간이야말로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요동치는 순간이다. 루나는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가 내려앉은 작업대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켰다. 공기 중에는 설탕처럼 달콤한 환희와 소금처럼 찌릿한 비탄이 뒤섞인 기묘한 향취가 감돌았다.

"오늘도 많은 기억이 찾아오겠네."

루나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하얀 앞치마를 고쳐 맸다. 그녀의 손끝이 닿는 곳마다 마법적인 파동이 일렁였다. 이곳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치욕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저미는 상실이 되는 기억을 재료 삼아 새로운 온기를 빚어내는 성소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손님은 어깨가 축 늘어진 노인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놓았다. 그 안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마치 얼음 결정 같은 푸른색 기억이 들어 있었다. 루나는 조심스럽게 그 기억을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지독하게 쓸쓸한 슬픔이 그녀의 신경계를 자극했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재능은 때로 독이 되었으나, 루나는 그 통증을 견디며 기억을 정제하기 시작했다.

"이 기억은 너무 무거워요. 하지만 잘 구워내면 분명 따스한 위로가 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눈빛은 오븐의 불꽃처럼 단호했다. 루나가 손을 휘두르자 공중에 떠오른 기억의 파편이 분쇄되며 하얀 가루로 변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 혹은 이제는 곁에 없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응축된 밀가루였다.

✦ ✦ ✦

하지만 평화로운 새벽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 그림자가 가장 길게 드리워지는 성채에서는 차가운 시선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든 감정이 거세된, 아무런 색도 향기도 없는 무채색의 공간. 그곳에서 집정관 바실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글리머의 풍경을 관찰했다.

"감정은 불순물이다. 기억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족쇄이지."

그의 목소리는 메마른 낙엽이 바닥을 긁는 소리 같았다. 바실이 손을 뻗자, 그가 머무는 공간의 색채가 순식간에 휘발되었다. 그는 단순히 기억을 가공하는 루나의 방식이 불쾌했다. 그는 기억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지워버려 완벽한 질서와 정적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도시의 색이 바랬다. 아직은 작은 파동에 불과했으나, 그것은 머지않아 글리머 전체를 집어삼킬 거대한 공허의 전조였다. 루나가 굽는 빵의 향기가 도시를 채울 때, 그 향기를 지워버리려는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그 자락을 넓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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