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기억을 굽는 오븐의 온기

기억을 굽는 빵집과 달콤한 마법 · 약 6분

루나가 굽는 빵의 향기가 도시를 채울 때, 그 향기를 지워버리려는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그 자락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도시의 기초를 뒤흔들기 전까지, 글리머의 거리에는 여전히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사람들의 속삭임이 가득했다. 루나는 작업대 위에 놓인 노인의 기억을 정제하여 은은한 온기가 감도는 호밀빵으로 탈바꿈시켰다. 노인은 그 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마치 잃어버렸던 조각을 되찾은 듯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게 문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루나는 비로소 긴장을 늦추고 자신의 손등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감각은 늘 그녀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겼지만, 완성된 빵이 전하는 평온한 미소는 그 모든 피로를 씻어내는 유일한 보상이었다.

그때, 가게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들어선 이는 차가운 새벽 공기를 그대로 머금은 듯한 외투를 걸친 사내였다. 카엘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루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눈동자는 감정을 배제한 채,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처럼 빛났다. 그는 품 안에서 작은 가죽 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주머니 안에는 아직 분류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기억 파편들이 엉켜 있었다.

"이번엔 꽤 까다로운 녀석입니다. 채집 과정에서 상당히 저항이 심했죠."

카엘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그는 루나의 베이킹 방식이 때로는 비효율적이라며 투덜댔지만, 그가 가져오는 고순도의 기억 파편들은 루나의 빵에 특별한 마법적 효능을 부여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루나는 익숙하게 그를 맞이하며 주머니를 열었다. 그 안에서 흘러나온 것은 짙은 청색을 띤, 마치 얼음 결정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슬픔의 기억이었다.

"이건... 정말로 지독한 슬픔이네요. 단순히 잃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것 같은 고통이 느껴져요."

루나가 손을 뻗어 그 기억을 건드렸다. 순간, 그녀의 시야가 파르르 떨렸다. 타인의 기억이 전이되는 순간은 언제나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마치 차가운 얼음물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감각에 숨을 들이켰다. 카엘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루나의 고통에 동요하지 않았으나, 그녀가 기억을 정제하며 쏟아내는 집중력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당신은 너무 과하게 공감하는 경향이 있어요. 효율적인 작업에는 방해가 될 뿐입니다."

카엘이 냉소적으로 말했지만, 루나는 이미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기억의 파편 속에 담긴 감정의 결을 읽어 내려갔다. 그것은 누군가의 지독한 상실이었고, 스스로를 옭아매는 굴레였다. 루나가 손을 휘두르자 공중에 떠오른 청색 기억이 분쇄되며 파편화되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기억이 가루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청색 파편들은 빵의 반죽이 되는 대신 차가운 백색광을 내뿜으며 주변의 공기를 얼려버릴 듯이 차갑게 식혔다.

"이상하네요."

루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보통의 기억은 가공되는 과정에서 따뜻한 온기를 품으며 부드럽게 부서지지만, 이번 기억은 마치 자아를 지키려는 것처럼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루나는 더욱 세밀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기억의 핵을 압착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손끝에 기묘한 이질감이 걸려들었다.

그것은 기억의 흐름 속에 섞여 있는, 의도적으로 새겨진 듯한 문양이었다.

루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그것은 기억의 파편이 가진 자연스러운 굴곡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고의로 각인해 놓은 듯한, 기하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선들이 얽힌 문양이었다. 그 문양은 루나가 지금까지 다루어온 그 어떤 기억의 파편에서도 본 적 없는 기이한 형태였다. 루나는 본능적으로 그 문양을 응시했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가두는 감옥 같기도 했고, 혹은 무엇인가를 지워버리는 삭제의 표식 같기도 했다.

"카엘, 이거 보세요. 이 문양... 처음 보는 건데, 당신이 가져온 기억 속에 이런 게 섞여 있어요."

루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카엘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루나가 가리키는 문양을 응시하더니,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움츠렸다. 그의 냉소적인 표정이 아주 잠깐 흔들린 것은 루나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그건... 기록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고대 유실된 기억의 파편을 수집하다 보면 간혹 발견되는 노이즈 같은 거죠. 별 의미는 없을 겁니다."

카엘의 대답은 지나치게 빠르고 건조했다. 하지만 루나는 보았다. 그가 기억의 파편을 다시 주머니로 밀어 넣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것을. 루나는 다시 한번 그 문양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 문양은 마치 모래성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환상 같았다.

방금 본 것이 환각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위험한 징후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루나는 다시 작업대 위의 반죽을 내려다보았다. 빵은 이제 차가운 백색광을 머금은 채로 식어가고 있었다. 루나는 가슴 한구석에 서늘하게 내려앉은 의문을 지우지 못한 채, 다시 밀대를 잡았다.

창밖으로는 글리머의 보랏빛 안개가 더욱 짙게 깔리고 있었다.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루나는 느낄 수 있었다. 방금 만진 그 차가운 슬픔이,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기묘한 문양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그것은 마치 누군가 보낸 경고장처럼, 혹은 다가올 재앙의 전조처럼 그녀의 손끝에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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