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중력을 거스르는 맛
민호는 주방 안쪽에서 들려오는 타닥타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가게 안은 마치 붉은 안개가 내려앉은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았고, 공기는 떡볶이의 매콤한 향기로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민호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눈앞에 놓인 작은 나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저기, 혹시 떡볶이 하나만 먹을 수 있을까요?"
민호의 목소리가 공중에 작게 울려 퍼졌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주방 안쪽에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작은 그릇 하나가 민호의 눈앞에 툭 놓였다. 김은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꼬리를 흔들며 그릇 주위를 맴돌았다. 붉은 양념이 진하게 배어든 떡은 윤기가 흘러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고, 그 위로 뿌려진 고명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기묘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민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배고픔은 이제 참을 수 없는 갈증처럼 온몸을 자극했다. 그는 젓가락을 들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떡 하나를 집어 올렸다. 뜨거운 열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입안에 넣는 순간, 쫄깃한 식감과 함께 폭발적인 맛이 미각을 강타했다. 처음에는 아주 매콤한 듯하더니, 이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함과 깊은 감칠맛이 혀끝을 휘감았다.
"와, 진짜... 진짜 맛있다!"
민호는 눈을 크게 뜨며 연신 떡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 떡을 삼키는 순간, 발바닥이 지면에서 아주 살짝 떠오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 번째, 네 번째 떡을 먹을수록 몸은 점점 더 가벼워졌다. 마치 몸속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찬 풍선이 들어앉은 것만 같았다.
"어? 어어?"
민호의 당혹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발이 바닥에서 완전히 떨어지더니, 민호의 몸이 천천- 하고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의자에서 몸이 들썩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민호는 마치 중력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가게 천장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민호의 다리가 허공을 갈랐다. 당황한 민호가 테이블 끝을 붙잡으려 했지만, 몸은 이미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이게 뭐야! 엄마! 도와주세요!"
민호가 소리를 질렀지만,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게 울려 퍼지며 허공을 떠돌았다. 공포와 신기함이 뒤섞인 감정이 민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때였다. 테이블 아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아주 작고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히히, 정말 맛있게 먹네. 인간 아이치고는 꽤 대단한걸?"
민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가 나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작은 생명체가 있었다. 아주 작은 몸집에, 머리카락은 마치 설탕 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는 은빛이었고, 눈동자는 노을빛을 닮은 오렌지색이었다. 그녀는 민호의 발치 근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민호의 발가락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너는 누구야? 왜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거지?"
민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작은 생명체가 까르르 웃으며 민호의 눈앞까지 훅 다가왔다. 그녀의 주변에서는 달콤한 시럽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나는 솜이라고 해. 놀라지 마, 이건 네가 먹은 떡볶이의 마법이니까!"
솜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은 존재는 민호의 허공을 유영하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녀의 움직임은 민호가 천천히 떠오르는 궤적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마법이라니? 그냥 떡볶이잖아. 어떻게 먹자마자 몸이 이렇게..."
"이곳의 떡볶이는 평범한 음식과는 다르거든. 맛있는 기억을 가득 머금은 에너지가 들어있어서, 그걸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너, 방금 아주 강력한 마법을 마신 거라고!"
솜은 민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떡볶이는 요정들에게 마법을 유지해 주는 아주 귀한 원천이었다고 했다. 민호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믿기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재잘거리는 솜의 존재가 너무나 생생해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럼... 나 계속 이렇게 떠 있어야 하는 거야?"
민호의 물음에 솜은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아니,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내려올 거야. 하지만 조심해! 만약 '그분'이 오시면 큰일 나니까. 지금은 얼른 내려가서 숨는 게 좋을걸?"
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 밖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민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솜은 서둘러 민호의 발끝을 살짝 건드리더니, 민호의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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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다시 차가운 바닥에 닿자, 민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릎을 짚었다. 몸은 여전히 조금 간질거리고 가벼웠지만, 적어도 하늘을 나는 공포는 사라졌다. 솜은 어느새 사라진 듯 보이지 않았고, 가게 안은 다시 적막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민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입가에는 여전히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민호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젓가락을 들려다 멈췄다. 방금 솜이 말한 '그분'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신비로운 떡볶이를 만드는 진짜 비밀은 무엇일까. 민호는 문득 가게 구석, 환풍기가 돌아가며 내뱉는 거친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환풍기 너머에서 아주 작고 날카로운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것은 민호의 이름을 부르는 듯하기도 했고,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낮은 경고처럼 들리기도 했다. 민호는 홀린 듯 고개를 돌려 환풍기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