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해 질 녘, 골목 끝자락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평소보다 조금 더 길고 짙었다. 낮 동안의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은 골목에는 오직 노을빛만이 낮게 깔려 흐르고 있었다. 그 적막을 깨뜨리는 것은 코끝을 간지럽히는 기묘한 향기였다. 평범한 고추장 냄새라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하고, 때로는 달콤하면서도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향이었다.
그 향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공기 중을 유영하며 사람의 발길을 붙잡았다. 향기가 이끄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 있던 빈터에 붉은 빛을 머금은 작은 분식점이 홀연히 나타나곤 했다. 그곳은 낮에는 평범한 식당처럼 보였으나, 해가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길 때면 환풍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붉은 김과 함께 신비로운 숨결을 내뱉었다.
누군가는 그 향기를 맡고 입맛을 다셨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향기가 품은 비밀스러운 기운에 몸을 떨었다. 떡볶이의 매콤한 기운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한 에너지였고, 누군가에게는 마법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원천이었다.
"오늘도 향기가 유난히 진하네."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졌다. 분식점의 환풍기가 힘차게 돌아가며 붉은 연기를 뿜어낼 때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그 문 너머에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맛있는 기억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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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이 감도는 분식점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 찰나의 환상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분명히 공기 중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맛있는 저녁 메뉴를 고민하게 만드는 유혹이겠지만, 이 골목의 비밀을 아는 이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