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붉은 향기의 유혹
코끝을 찌르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는 단순한 유혹을 넘어,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민호의 콧등을 잡아당기는 듯했다. 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 가기 전, 출출한 배를 달래주던 익숙한 간식들의 향기와는 결이 달랐다. 그것은 마치 심장 박동을 조금 더 빠르게 만드는, 아주 자극적이고도 신비로운 신호였다.
"와, 진짜 맛있는 냄새다. 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민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늘 다니던 길이었지만, 오늘따라 골목 끝자락이 낯설게 느껴졌다. 노을이 길게 늘어진 골목 끝, 평소에는 낡은 벽돌 담벼락뿐이었던 그곳에 붉은색 간판을 단 작은 분식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빨간 맛 분식점'. 간판은 마치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붉은 빛을 내뿜으며 민호의 시선을 강탈했다.
가게 주변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환풍기에서는 끊임없이 붉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고, 그 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공기 중을 유영하며 민호를 유혹했다. 민호는 홀린 듯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평범한 식당이라기엔 지나치게 생동감이 넘쳤다. 주방 안에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한 그림자가 보였으나, 그 형태가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다.
민호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손끝에 닿는 것은 예전에 어머니가 서재 깊숙한 곳에서 꺼내주었던, 이제는 빛바랜 가죽 표지의 낡은 요리책이었다. 어머니는 늘 그 책을 소중히 다루며, 언젠가 민호가 맛있는 것을 만들고 싶어질 때 보여주겠노라 말씀하시곤 했다. 그 책에는 세상의 평범한 레시피가 아닌, 아주 특별한 재료들이 적혀 있다고 했다. 민호는 그 책을 보며 가끔 이상한 상상을 하곤 했다. 지금 눈앞의 이 붉은 향기가 혹시 그 책에 적힌 비밀스러운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런 곳이 있었나? 어제까지는 분명히 빈터였는데."
민호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하지만 환상처럼 나타난 이 분식점은 분명히 실재하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기도 전부터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는 더욱 진해져, 이제는 머릿속까지 붉게 물들이는 것 같았다. 배고픔은 이미 허기를 넘어 일종의 갈망으로 변해 있었다. 떡볶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 음식이 이토록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니.
민호는 용기를 내어 가게 문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손바닥에 닿자, 동시에 환풍기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연기가 일순간 멈추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 민호의 등장을 눈치채고 숨을 죽인 것만 같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여기 떡볶이 정말 맛있어 보여서요!"
민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딸랑, 하는 맑은 종소리가 고요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가게 안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아늑하면서도,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압도감이 흐르고 있었다. 붉은 조명 아래로 피어오르는 김은 마치 안개처럼 발치까지 낮게 깔려 있었다.
민호는 가게 안의 풍경을 훑었다. 주방 안쪽에서는 무언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공기 중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농밀한 고추장과 설탕, 그리고 이름 모를 향신료의 향기가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 공간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붉은 향기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민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것은 단순한 설렘이라기보다는,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탐험가의 두려움 섞인 기대감에 가까웠다. 민호는 가방 속의 낡은 요리책이 꿈틀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한 걸음 더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