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청해시의 바다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밀려오는 파도는 부서진 철골과 해안가로 밀려든 오물들을 집어삼키며 끊임없이 울부짖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는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마저 흐릿한 잔상으로 지워버리고, 오직 축축한 안개만이 부둣가의 골목마다 스며들어 숨을 죽인다. 이곳에서 빛은 구원이라기보다, 숨겨야 할 비밀을 들춰내는 가혹한 감시에 가깝다.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버려진 컨테이너 사이를 가로지르는 발소리는 규칙적이었으나, 그 끝에는 늘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이 매달려 있었다. 낡은 외투 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사내, 강준의 시선은 바닥의 웅덩이에 머물렀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일그러진 채 부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파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광경과도 같았다.
"결국, 다시 돌아온 건가."
준은 낮게 읊조렸다. 목소리는 빗소리에 섞여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혹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지 더는 알지 못했다. 그저 이 지독한 습기가 뼈마디를 파고들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박힌 오래된 흉터가 쓰라릴 뿐이었다.
그때, 멀리서 거대한 선박의 경적 소리가 안개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비명처럼 길게 이어지는 그 소리는 무언가 거대한 균열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조였다. 평온을 가장한 죽은 도시의 침묵을 깨뜨리는 것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잿빛 파도가 해안을 때리듯, 운명은 이미 그를 향해 거칠게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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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공기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이제는 시야를 가리는 장벽처럼 변해 있었다. 젖은 신발 밑창이 진흙탕을 짓누르는 소리가 유난히 무겁게 들려왔다. 준은 멈춰 서서 안개 너머를 응시했다. 무언가, 아주 위험한 것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