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제2장: 아크의 부름

침묵의 유산: 붉은 비가 내리는 날 · 약 6분

가슴을 파고드는 열기는 이제 통증을 넘어선 경계의 문제였다. 심장 근처의 문양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박동하며, 주변의 모든 감각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타인의 비명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신경을 긁어대고, 그 파편들이 가슴의 문양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는 기괴한 순환이 이어졌다. 한결은 숨을 몰아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비릿한 핏물 냄새를 견뎌야 했다.

"정신 차려요! 정신을 놓으면 안 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은 현실의 소리라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정신을 차리려 애쓸수록, 가슴의 문양은 더욱 격렬하게 맥동하며 한결의 의식을 하얗게 태워버렸다. 눈앞의 풍경이 일렁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성채의 그림자가 지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 순간, 한결의 시야가 붉은 안개 속에서 번쩍이는 빛의 줄기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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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한결은 차가운 금속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코끝을 찌르던 비릿한 철분 향은 사라지고, 대신 소독약의 서늘하고 건조한 냄새가 그 자리를 채웠다. 천장은 지나치게 하얗고 깨끗했다. 마치 이 지옥 같은 세상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차원인 것처럼.

"의식이 돌아왔군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한결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겹쳐지다 점차 초점을 찾아갔다.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지적인 눈매, 그리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냉정한 인상.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미세한 동요가 일렁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한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려 했다. 그 문양, 그 뜨거운 감각이 여전히 몸속 어딘가에 뿌리 내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아크(ARK)의 임시 의료 센터입니다. 당신은 방금 발생한 게이트 인근에서 발견되었어요."

여자는 한결의 상태를 살피듯 차트를 넘겼다. 그녀의 손길은 정중했지만, 그 이면에는 관찰자로서의 냉철함이 깔려 있었다.

"이름은 강한결 씨라고 되어 있네요.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직전에 구조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재앙이 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운이라니요... 그건 운이 아니었습니다. 지옥이었어요."

한결이 신음하듯 내뱉었다. 여자의 시선이 한결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셔츠 위로도 여전히 희미하게 배어 나오는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당신이 본 것들, 그리고 느꼈던 것들... 그것이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가 한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당신의 체내에서 발견된 특이 유전 형질은 기존의 헌터 데이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수용하고, 그것을 에너지의 흐름으로 치환하는 듯한 반응... 그것은 위험한 동시에 인류가 갈망해온 열쇠이기도 하죠."

한결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이 어떻게 열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자신이 겪은 것이 구원이 아니라, 영혼을 갉아먹는 저주라고 확신했다.

"당신은 지금 이 세계의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세계의 파동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거예요."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녀는 한결의 눈을 피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는 윤서윤이라고 합니다. 아크의 전략 분석가로서 당신을 관찰하고 관리할 임무를 맡았습니다. 당신이 가진 그 힘이... 우리를 구원할 도구가 될지, 아니면 스스로를 파괴할 독이 될지 결정하는 것은 앞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옆에 놓인 가방에서 낡은 일기장 하나를 꺼내 책상 구석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그것을 아주 소중하게, 혹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는 듯했다. 한결은 그녀의 시선이 잠시 그 일기장에 머물렀다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일기장은 이 정갈하고 차가운 의료 센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유물처럼 보였다.

"아크는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선택해야 할 겁니다. 이 힘에 잠식되어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이 힘을 이용해 진실을 마주할 것인지."

서윤은 말을 마치고 뒤를 돌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단호해 보였지만, 한결은 그녀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그의 저주 같은 감각은, 그녀의 냉정한 말 뒤에 숨겨진 깊은 회의와 두려움을 포착해냈다.

"한결 씨, 기억하세요. 힘은 결코 공짜가 아닙니다. 당신이 얻은 그 문양의 대가는, 아마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할 테니까요."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한결은 홀로 남겨진 방에서 자신의 가슴을 다시 한번 움켜쥐었다. 셔츠 아래, 피부 위로 새겨진 그 기묘한 문양이 다시금 뜨겁게 맥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짐승이 꿈틀거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하늘의 균열이 만들어낸 붉은 비, 그리고 그 비를 삼키며 피어난 자신의 저주. 한결은 창밖의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 너기, 무너진 세계의 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삶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궤도에 올라섰다는 사실뿐이었다.

목차

P 프롤로그핏빛 비와 함께 찾아온 종말의 전조, 그 고통의 파동 속에서. 1 제1장: 붉은 비의 서곡붉은 비가 쏟아지는 종말의 아수라장 속에서 기이한 문양이 깨어난다. 2 제2장: 아크의 부름기이한 문양과 함께 깨어난 한결,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3 제3장: 공허의 파동몸 안의 문양과 공허의 파동이 불러온 기묘한 전조. 4 제4장: 성채의 그림자거대한 성채의 기괴한 박동과 숨겨진 진실. 5 제5장: 균열된 신뢰성채의 기이한 박동 뒤에 숨겨진 아크의 서늘한 진실. 6 제6장: 고통의 공명괴수의 고통 속에서 마주한 추악한 진실과 거대한 음모. 7 제7장: 붉은 비의 진실붉은 비가 쏟아지는 세상 속, 숨겨진 음모와 마주하다. 8 제8장: 무너지는 질서무너져가는 질서 속에서 성채의 심장부를 향한 위험한 여정이 시작된다. 9 제9장: 심장부로의 진격성채의 심장부에서 마주한 인류의 잔혹한 진실. 10 제10장: 신의 심판성채의 심장부, 거대한 구체의 폭주를 막기 위한 한결의 사투. 11 제11장: 붉은 폭풍의 절정성채의 심장을 향한 한결의 처절한 돌진과 거대한 역류의 시작. 12 제12장: 세계의 재정의거대한 성채를 무너뜨리기 위한 한결의 처절한 역류. 13 제13장: 새로운 아침폭발의 잔해 속에서 깨어난 한결이 마주한 새로운 세계. E 에필로그재앙의 잔해 위로 피어난 평범하고도 위대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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