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하늘이 찢어지며 핏빛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을 때, 인류는 그것이 신의 진노인 줄로만 알았다.
검붉은 빗줄기가 지면을 때릴 때마다 세상은 비명 섞인 습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었다. 차원 너머의 무언가가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침입해 들어오는, 거대한 침식의 전조였다. 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온 균열은 기괴한 빛을 내뿜으며 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그 틈바구니로 내려앉는 것은 축복이 아닌 종말의 파동이었다.
강한결은 그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무너진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빗방울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서늘한 냉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의 비명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혹은 공기 중에 부유하는 수만 갈래의 고통이 그의 신경을 타고 날카로운 바늘처럼 박혀들었다.
"아아악!"
누군가의 절규가 뇌수를 훑고 지나갔다. 그것은 물리적인 소리가 아니었다. 공허의 파동이 만들어낸 정신의 파편이었다. 한결은 귀를 틀어막았으나, 고통은 고막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영혼을 긁어내렸다. 타인의 죽음과 공포,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삶의 무게가 실시간으로 그의 감각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조차 타인의 비명에 묻혀버리는 이 지옥 같은 감각을 증오했다. 남들이 재앙을 눈으로 목격할 때, 그는 재앙을 온몸의 감각으로 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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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핏빛 안개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들이 일렁였다. 게이트가 열린 자리에서 기어 나오는 존재들, 그리고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자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한결은 떨리는 손으로 젖은 땅을 움켜쥐었다. 눈앞의 풍경은 이미 익숙한 세계가 아니었다. 붉은 비가 그치고 나면, 세상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돌아가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이건... 축복이 아니야."
그는 신음하듯 읊조렸다. 입안을 가득 채운 비릿한 철분 향이 그가 마주한 현실이 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그 아래로 인류의 비명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