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해안시의 밤은 늘 눅눅한 안개와 함께 찾아온다. 바다에서 밀려온 습기가 마천루의 화려한 불빛을 흐릿하게 지워버리면, 도시는 거대한 무덤처럼 고요한 침묵 속에 잠긴다. 빗줄기는 끊임없이 아스팔트를 때리며 빛바랜 거리 위로 검은 얼룩을 남긴다. 그 어둠의 틈새로, 누군가의 비명조차 삼켜버릴 듯한 거대한 파도 소리가 낮게 깔린다.
부패한 자본이 흘러드는 혈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틀거린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누군가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누군가는 그 피를 닦아내며 금화를 챙긴다. 이 도시에서 정의란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진흙만큼이나 무가치한 것이었다. 법은 권력의 그림자 뒤로 숨어들었고, 생존은 도덕보다 먼저 숨을 쉬어야 했다.
"결국, 다 똑같은 짐승들이지."
술병이 비워질 때마다 뱉어내던 박철수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이명처럼 남았다. 그는 세상의 이면을 보려 했던 대가로, 스스로가 그 이면의 일부가 되어 사라져 갔다. 태석은 그가 남긴 잔혹한 유산을 기억한다.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증명이었다.
안개 너머로 거대한 선박의 경적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포식자가 먹잇감을 향해 내뱉는 신호 같았다. 태석은 낡은 오토바이의 엔진을 만지며, 다가올 폭풍을 예감했다. 자신을 삼키려 드는 저 검은 파도가 결국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갈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저 젖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