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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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잔해를 줍는 사제 · 약 3분

먼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폐부 깊숙이 박혀 비릿한 금속성 맛을 냈다. 그것은 종이가 썩어가는 냄새이자, 오래전 박제된 시간의 잔향이었다. 눈을 뜨기 전까지 보았던 세상은 차갑고 건조한 도서관의 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질척이는 습기와, 피부를 찌르는 듯한 서늘한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뼈를 깎는 듯한 비명 섞인 흐느낌이었다.

이안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높은 천장과 끝을 알 수 없는 서가들,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기괴한 문자들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라기보다, 뼈에 새겨진 비명이나 핏방울로 그려낸 곡선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헐렁한 사제복 아래로 드러난 손은 가늘고 창백했으며, 손가락 끝에는 잉크가 아닌 검붉은 액체가 배어 있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갈라진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자, 천장에서 가느다란 먼지 입자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소리는 메아리치지 않았다. 성소는 소리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공간 자체가 거대한 입처럼 모든 것을 삼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아니, 그것은 기억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자들이 버리고 간 잔해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무덤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기록의 파수꾼이여.”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촛불 하나 켜지지 않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성소의 그림자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벽면의 문자들과 엉켜 있었다. 이안은 자신의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박동을 느꼈다. 심장 소리라기에는 너무나 느리고 무거운, 마치 거대한 종이 뭉치가 젖어가는 소리 같은 진동이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곳은 신의 은총이 깃든 성지가 아니다. 이곳은 망각이 될 권리를 잃어버린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지옥이며, 그는 그 비명을 기록하는 자가 되었다.

✦ ✦ ✦

그는 손을 뻗어 벽면의 문자를 더듬었다. 손끝에 닿는 문자는 마치 맥박이 뛰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슬픔이 서린, 혹은 공포에 질린 어느 이름 모를 자의 마지막 순간. 이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앞에 환영이 펼쳐졌다. 타오르는 마을, 울부짖는 아이, 그리고 차갑게 식어가는 손등.

그는 숨을 들이켰다. 타인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의 자아를 할퀴었다. 그것은 고통스러웠으나, 동시에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그는 기록해야 했다. 이 망각의 늪에서 유일하게 남겨질 흔적을, 그는 사서로서의 본능으로, 혹은 이 몸의 주인으로서의 숙명으로 적어 내려가야 했다.

성소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고동쳤다. 기록이 쌓일수록, 그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어갈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펜을 쥔 듯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이제부터 시작될 기록은, 이 지옥에서 유일하게 보존될 신성한 문장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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