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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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박제사 · 약 2분

낯선 도시의 기차역 대합실은 차가운 금속음과 사람들의 발소리로 가득했다. 정우는 낡은 가방 하나만을 짊어진 채, 이름 모를 역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머니 속에는 여전히 은제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이제 증거물로서의 무게를 내려놓고, 그저 손바닥 안에서 서늘한 온기를 나누는 작은 금속 조각이 되어 있었다.

그는 문득, 그날의 의문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그 지옥 같은 상자를 보냈던 정체 모를 인물. 수사 기록의 빈틈을 메우며 조용히 움직였던 그 손길은, 결국 서현주 기자가 추적하던 익명의 제보자였다. 그녀는 유물 시장의 흐름을 읽던 중, 정우의 작업실로 향하는 의문의 배달을 목격하고 그가 진실에 닿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았던 것이다. 펜던트에 남겨진 인위적인 훼손 흔적 또한, 사실은 과거의 누군가가 진실을 박제하기 전 남겨둔 마지막 구조 신호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훼손된 자리는 상처가 아니라, 빛이 스며들 수 있는 틈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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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응시했다. 서 회장의 몰락과 민석의 배신은 뉴스 속의 건조한 활자로 남았지만, 그가 감내해야 했던 침묵의 무게는 여전히 영혼의 구석에 묵직한 흉터로 남아 있었다. 유물을 복원하는 일은 부서진 조각을 붙이는 작업이지만, 삶의 궤적을 복원하는 일은 때로 그 조각들을 완전히 버려야만 가능한 법이었다.

그는 가방 깊숙한 곳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이제 그곳에 적힐 내용은 더 이상 부식된 과거의 기록이 아니었다. 정우는 펜을 들어 백지 위에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그것은 박제된 기억이 아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써 내려갈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었다.

기차가 역을 출발하며 긴 경적을 울렸다. 정우는 눈을 감았다. 차가운 침묵은 여전히 그의 곁을 맴돌고 있었으나, 더 이상 그것은 공포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길을 떠나는 이에게 허락된 고요한 축복이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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