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탈취의 서막
거대한 강철의 짐승이 포효했다. 설상 차량의 엔진이 내뱉는 굉음은 눈보라의 울음소리를 압도하며 고대 도시의 적막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강석이 이끄는 '태양의 후예들'은 이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나무의 숨통을 끊어 생존의 불꽃을 가로채려는 약탈자들의 군단이었다.
서윤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가방 속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는 푸른 씨앗의 진동을 느꼈다. 그것은 이제 단순한 떨림이 아니었다. 나무의 거대한 비명이 신경을 타고 흘러들어와 그녀의 온몸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저 멀리, 거대한 원형 구조물의 중심부로 기계 장치들이 육중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작해라! 한 방울의 열기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마라!"
강석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대한 드릴이 달린 추출 장치가 땅을 파고들었다. 나무의 뿌리가 지면에 닿아 있는 그 신성한 경계를 침범하는 순간, 대기는 비명을 질렀다. 땅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은 예전의 고동과는 달랐다. 그것은 생명이 아닌, 찢겨 나가는 고통의 울림이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장치가 가동되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나무의 줄기를 타고 흐르던 황금빛 온기가 순식간에 검붉은 빛으로 변하며, 기계의 거대한 관을 타고 빨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무의 혈맥이 강제로 탈취당하는 광경이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기온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방금 전까지 느껴졌던 미지근한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뼈를 깎는 듯한 극심한 한기가 서윤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안 돼... 멈춰야 해..."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움켜쥐었다. 나무가 대기로 흩뿌리려던 그 고귀한 희생의 입자들이, 이제는 차가운 금속 관 속에서 강제로 압축되고 있었다. 나무가 스스로를 깎아 세계의 숨구멍을 만들려 했던 숭고한 순환이, 강석의 탐욕스러운 기계 장치에 의해 막혀버린 것이다. 순환이 멈추자 세계는 더욱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눈보라의 밀도가 높아지며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보아라! 이 광경을!"
강석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눈에는 나무의 고통이 아닌, 손에 잡힐 듯 다가온 막대한 에너지의 흐름만이 보이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힘이다! 이제 우리는 추위 따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 이 에너지만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타오를 수 있어!"
그의 말대로, 추출 장치를 거친 에너지는 인공적인 불꽃이 되어 설상 차량의 전조등과 부하들의 횃불을 더욱 밝게 비추었다. 하지만 그 빛은 생명을 품은 온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생명력을 짜내어 만든, 차갑고도 날카로운 살의의 빛이었다.
서윤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나무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나무의 혈맥이 비틀리고, 그 안을 흐르던 생명의 정수가 기계의 소음 속에 짓밟히는 감각이 서윤의 영혼을 난도질했다. 나무가 내뱉던 푸른 빛의 씨앗들이 이제는 비명을 지르듯 격렬하게 빛을 발하며 서윤의 손 안에서 꿈틀거렸다.
"너희가 얻는 것은 온기가 아니라, 이 세계의 마지막 숨결이야!"
서윤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몰아치는 눈보라와 기계가 뿜어내는 인위적인 열기가 뒤섞인 혼돈은 그녀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강석의 부하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외심 따위는 없었다. 오직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차가운 결단만이 서려 있었다.
"물러나 있어라, 기록자.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한 사내가 서윤을 밀쳐냈다. 차가운 눈더미 위로 쓰러진 서윤의 시야에, 나무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검붉은 에너지의 흐름이 보였다. 그것은 나무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생명의 순환이 파괴되는 종말의 전조였다. 나무가 스스로를 내어주어 세계를 품으려 했던 그 위대한 법칙이, 인간의 탐욕이라는 이름의 칼날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서윤은 가방 속의 씨앗을 다시 한번 움켜쥐었다. 씨앗의 맥동이 이제는 그녀의 심장 박동과 하나가 된 듯 느껴졌다. 차가운 금속의 비명이 들려오는 가운데, 그녀는 이 파멸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것은 나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뱉은 이 작은 씨앗 속에 숨겨진, 스스로를 전이시키는 신비로운 힘이었다.
하늘은 더 이상 하얗지 않았다. 나무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기계의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서윤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저 거대한 장치의 심장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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