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제1장: 식어가는 심장의 고동

식어버린 세계의 온기 · 약 5분

서윤은 숨을 죽였다. 시야를 가로지르는 눈보라 너머로 일렁이는 그 푸른 빛은, 나무가 내뿜는 황금빛 온기와는 결을 달리하는 이질적인 색채였다. 그것은 마치 얼어붙은 심장 속에 박힌 차가운 파편처럼, 혹은 깊은 심해에서 길어 올린 서늘한 눈동자처럼 기이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손끝이 떨려왔다. 서윤은 나무의 거친 껍질을 움ло쥐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빛이 새어 나오는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줄기 사이의 깊은 골짜기는 열기로 인해 습기가 머물러 있었으나, 그 빛이 머무는 곳만큼은 기이할 정도로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이게 대체..."

빛의 근원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은 서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의 혈맥이라 불리는 굵은 뿌리 사이로 파고든 작은 씨앗이었다. 그것은 투명한 푸른 빛을 머금은 채, 마치 스스로 숨을 쉬듯 규칙적으로 명멸하고 있었다. 단순한 광석이 아니었다. 씨앗의 표면에는 미세한 맥동이 흐르고 있었고, 그 박동은 방금 전 서윤이 느꼈던 불안정한 심장 나무의 고동과 기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서윤은 홀린 듯 손을 뻗었다. 씨앗에 손끝이 닿는 순간, 머릿속을 하얗게 태우는 듯한 서늘한 감각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그것은 단순한 촉각이 아니었다. 나무의 고통, 혹은 나무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비명 같은 것이 정신의 밑바닥을 건드리는 듯한 환각이었다.

"아...!"

짧은 신음과 함께 서윤은 손을 거두었다. 눈앞의 풍경이 일순간 일렁였다. 나무의 뿌리가 대지를 움켜쥐는 형상이 아니라, 마치 서서히 말라가는 거인의 혈관처럼 보였다. 푸른 씨앗은 나무의 생명력을 조금씩 빨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마지막 방어기제인 것일까. 서윤의 머릿속은 복잡한 의문들로 뒤엉켰다.

기록자로서 그녀가 목격해온 나무의 생애는 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죽어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신성이자, 인류의 유일한 보루.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것은, 속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위태로운 생명이었다.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작은 기록용 수첩을 꺼냈다. 펜촉이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어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현상을 기록해야만 했다.

[심장 나무 상층부, 줄기 사이의 깊은 틈새에서 발견된 미상의 푸른 발광체. 나무의 맥동이 불규칙해지는 지점과 일치함. 발광체는 서늘한 냉기를 머금고 있으며, 나무의 열기를 흡수하는 듯한 양상을 보임.]

기록을 마친 서윤의 시선이 다시 씨앗으로 향했다. 씨앗은 여전히 고요히, 그러나 집요하게 푸른 빛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만약 이 씨앗이 나무의 열기를 앗아가는 기생체라면, 나무의 종말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나무가 사라진다는 것은, 이 은백색 무덤 속에서 인류의 마지막 등불이 꺼짐을 의미했다.

그때, 나무의 고동이 다시 한번 크게 요동쳤다. 거대한 진동이 서윤의 발밑을 타고 전해졌다. 나무가 고통을 토해내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서윤은 나무의 밑동을 꽉 움켜쥐었다. 나무의 온기가 평소보다 훨씬 희미하게 느껴졌다. 마치 생명의 불꽃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일렁이는 것 같았다.

"안 돼, 제발..."

서윤의 간절한 혼잣말은 몰아치는 눈보라 속으로 힘없이 흩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이 푸른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불길한 징조가 가져올 결과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이 세계의 질서가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맞이했다는 사실뿐이었다다.

서윤은 차가운 눈을 비비며 나무의 상층부를 다시 한번 살폈다. 나무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단순한 직감이 아닌, 눈앞에 실재하는 재앙이었다. 그녀는 이 푸른 씨앗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이것이 나무를 죽이는 독인지, 아니면 나무가 내뱉는 마지막 유언인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눈보라가 더욱 거세지며 시야를 가렸다. 서윤은 몸을 웅크린 채, 나무의 맥동이 다시금 불안하게 요동치기를 기다렸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녀의 심장만이 나무의 고동을 닮아 빠르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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