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제3장: 태양의 후예들

식어버린 세계의 온기 · 약 5분

민우가 건넨 지형도의 서늘한 감촉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서윤은 그 지도가 가리키는 미지의 경로를 머릿속에 새기며, 도서관의 무거운 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백야의 혹한이 지배하고 있었다. 눈보라는 민우의 도서관을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고, 서윤은 두꺼운 망토를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민우가 남긴 지식은 희망인 동시에, 이 거대한 무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위험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형도를 따라 이동하는 여정은 고독하고도 처절했다. 나무의 온기가 닿지 않는 폐허의 구역으로 들어설수록, 공기는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서윤은 민우가 말했던 '열원의 경로'를 찾기 위해 눈 덮인 도시의 잔해를 헤치며 나아갔다.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마다 가슴 속에는 나무의 불규칙한 고동이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 그 푸른 씨앗이 나무의 혈맥을 갉아먹고 있다는 공포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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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나타난 것은 버려진 기차역의 잔해였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눈보라 속에서 해골처럼 솟아 있었다. 서윤은 잠시 몸을 숨기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한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차가운 눈더미 사이로 이질적인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연적인 나무의 온기와는 달랐다. 인위적으로 타오르는, 날카롭고도 탐욕스러운 불꽃의 냄새였다.

"조금 더 가까이 가져와라. 열기가 부족하다!"

거친 고함이 정적을 깼다. 서윤은 숨을 죽인 채 무너진 철골 뒤로 몸을 숨겼다. 조심스럽게 시선을 던진 곳에는, 거대한 화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두꺼운 가죽 옷 대신, 기계 장치가 부착된 기묘한 방한복을 입고 있었다.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주변의 눈을 녹여 진흙탕을 만들고 있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리더님. 인공적인 열원만으로는 이 추위를 견딜 수 없습니다. 진짜 '심장'이 필요합니다."

한 사내가 불평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무리의 중심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잿빛 망토를 두른 그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강석이었다. 그의 눈빛은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도 타오르는 불씨처럼 번뜩였다.

"진짜 심장은 하늘이 허락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면, 우리가 직접 그 에너지를 끌어올 방법을 찾아야지. 힘 있는 자만이 이 겨울을 건너갈 자격이 있다."

강석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확신에 찬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나무를 보살펴야 할 대상이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해 탈취해야 할 자원으로 보고 있었다. 서윤은 등줄기에 서늘한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말하는 '낙원'은 나무의 순리를 거스르는 약탈 위에 세워질 것 같았다했다.

그때, 서윤의 발밑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툭 하고 부러졌다. 작은 소리였으나, 고요한 폐허 속에서는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누구냐!"

강석의 날카로운 명령과 함께 시선이 서윤이 숨은 쪽으로 쏠렸다. 서윤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저기... 무언가 있다!"

사내들이 횃불을 들고 서윤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서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눈보라 속으로 몸을 던졌다. 뒤편에서 추격하는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가진 것을 내놓지 않으면 이대로 얼어 죽게 될 것이다!"

강석의 외침이 등 뒤를 때렸다. 서윤은 눈을 감고 달렸다. 가방 속, 나무의 고통을 품고 있는 그 푸른 씨앗의 존재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혹시 그들이 찾는 것이 나무의 열기뿐만 아니라, 이 기이한 생명력의 근원까지 포함된 것일까. 그녀의 머릿속은 공포와 의문으로 하얗게 번뜩였다.

한참을 달린 끝에 서윤은 거대한 석조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이 하얀 입김이 되어 흩어졌다. 멀리서 추격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방금 마주한 그들의 눈빛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지배하려는 지독한 탐욕이었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자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그들의 논리가, 나무의 고동을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서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녀는 다시 한번 가방 속의 수첩을 확인했다. 민우가 보여주었던 그 지형도가 이제는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잡이이자, 저들의 손길로부터 도망쳐야 할 목적지가 되어 있었다.

눈보라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서윤은 차가운 눈물인지, 아니면 식어가는 세계의 한 조각인지 모를 액체를 닦아내며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지도의 끝, 그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돌아갈 안온한 거주구조차 위태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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