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가장 처절한 유산

유언장 없는 장례식 · 약 6분

암전된 공간 속에서 단 하나의 조명만이 영정 사진을 비추는 그 찰나의 순간, 공기는 비릿한 화약 냄새와 종이 먼지로 가득 찼다. 준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조명 아래 놓인 노인의 얼굴은 마치 살아있는 듯 기괴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그것은 죽음조차 허락받지 못한 자의 일그러진 비명이었으며, 동시에 모든 판을 짜고 이제는 지켜보기만 하는 설계자의 비열한 미소이었다. 준호는 그 표정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노인이 평생을 바쳐 수집했던 그 기괴한 골동품들, 화려하지만 기괴한 장식품들, 그리고 그가 집착했던 수집품들은 예술적 취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파멸의 증거들이었다. 노인은 물건을 모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인간들의 추악한 민낯을 기록하고 수집해온 것이었다.

"이게... 이게 전부야?"

누군가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정적을 깼다. 이태윤이었다. 그는 바닥에 흩어진 서류 더미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비리 장부를 붙들고 있었다. 그의 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고, 안색은 핏기가 가신 시체처럼 창백했다. 그는 이제 알았다. 자신이 그토록 탐냈던 유산이 사실은 자신을 질식시킬 거대한 수의였다는 것을.

준호는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장례식장은 더 이상 웃음이 터져 나오는 희극의 무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의 목을 죄어오는 증거품들이 널려 있는 처형장이었다. 최유리는 스마트폰을 든 손을 멈춘 채, 화면 속에 흐르는 파국적인 실시간 중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조회수를 향한 탐욕 대신,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목격한 자의 공포가 서려 있었다.

"웃음이... 가장 큰 웃음이 아니었어."

준호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차갑게 얼어붙은 바닥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노인은 우리를 비웃은 게 아니야. 노인은 우리를 이 지옥으로 끌어들인 거야.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는 자에게 재산을 준다는 말은, 이 파국을 끝까지 지켜보며 가장 처절하게 무너지는 자에게 이 지옥의 기록을 넘기겠다는 뜻이었어."

준호는 수첩을 꽉 쥐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야 노인이 설계한 사냥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노인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며 힘을 숨긴 것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부에서 흘러나오는 추악한 배설물들을 수집하며 스스로를 거대한 감옥에 가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감옥의 문을 여는 열쇠를,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자들에게 선물로 내어준 셈이었다.

"당신이 말한 그 '지옥의 지도'가 이제는 당신의 현실이 됐네요, 형님."

준호의 말에 이태윤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눈에는 살의보다 깊은 절망이 고여 있었다.

"이건... 이건 이제 끝낼 수 없어. 이 문서들이 세상에 알려지면, 우리 가문은... 아니, 대한민국은 뒤집어질 거야."

"이미 늦었어."

준호가 차갑게 말을 가로챘다.

"노인은 이미 모든 걸 설계했어. 이 장례식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폭탄이었고, 당신들이 그토록 탐냈던 돈은 그 폭탄을 터뜨리기 위한 도화선이었을 뿐이야. 당신들이 웃으며 탐했던 그 유산이, 사실은 당신들을 파멸로 이끌 지옥의 지도였다는 걸, 이제야 확인하게 된 모양이지."

준호는 서류 더미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가적 스캔들의 정점이 담긴 문서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노인이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성벽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파편이었고, 그 파편에 찔려 피를 흘리는 자들은 바로 지금 이 장례식장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때, 장례식장의 문이 다시 한번 거칠게 열렸다. 박말숙이 들어왔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노인의 친구나 장례지도사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모든 파국을 지켜본 목격자이자, 노인의 마지막 의지를 전달하는 사제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는 준호의 곁으로 다가와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제 모든 게 끝났어요. 노인은 당신에게 이 기록을 맡겼어요. 당신이 이 기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 파국의 끝이 어디로 흐를지가 결정될 거예요."

준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제 자신이 마주한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이 장례식이 끝났을 때 어떤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직시했다. 그는 승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 지옥을 목도한 유일한 관찰자이자, 노인이 남긴 파멸의 기록을 짊어져야 하는 자였다.

준호는 다시 수첩을 펼쳤다. 그는 이제 노인이 남긴 비극의 기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리고 이 파국이 가져올 다음 파동이 무엇이 될지를 생각하며, 무너져 내리는 장례식장의 잔해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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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의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은 이제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파멸을 증명하는 종이 조각들에 불과했다. 준호는 그 종이들 사이에서 노인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찾으려 애쓰며, 아직은 읽지 못한 문장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늠했다.

그때, 장례식장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그리고 정적 속에서, 단 하나의 조명만이 장례식장 정중앙, 노인의 영정 사진을 비추었다. 그 빛 속에서 준호는 노인의 표정이 변하는 것 같은 환각을 느꼈다. 그것은 승자의 미소였는가, 아니면 패자의 절규였는가.

준호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사람들의 비명도, 울음도 아니었다. 그것은 종이가 바닥에 쓸리는 소리, 그리고 파멸을 직시한 자들이 내뱉는 가느다란 숨소리뿐이었다. 그는 이제 이 지옥의 기록을 품에 안은 채, 무너져 내리는 장례식장의 잔해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가장 처절한 진실을 마주한 자만이 짊어질 수 있는 고독한 승리자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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