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상주들의 가면무도회

유언장 없는 장례식 · 약 5분

장례식장은 거대한 화분과 화려한 꽃장식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그 화려함이 도리어 죽음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부각시키는 역설적인 공간이었다. 준호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상주석에 앉은 이태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지만, 그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드러나는 눈빛은 슬픔이 아니라 지독하게 계산된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그는 이제 막대한 자산이 든 금고의 열쇠를 쥐기 위해 눈앞의 사체와 주변의 인물들을 동시에 해체하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남기신 이 유언이 참으로 가혹하시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독히도 유쾌하시네요."

이태윤이 억지로 쥐어짜 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주변에 모인 친척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들은 '웃음'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유언장을 공유하며, 서로가 누구보다 큰 웃음을 제조해낼 것인지, 혹은 누가 더 처참하게 무너질 것인지를 탐색하는 중이었다. 준호는 그들의 대화 속에 섞인 미세한 균열을 포착했다. 그들은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배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호는 박말숙이 안내한 장례식장 후방의 전시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박 노인의 생전 사적인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이었다. 박 노인은 은둔형 외톨이로 불렸으나, 그가 은둔했던 이유가 단순한 성격 탓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수집한 물건들은 하나같이 기이했다.

"이건 단순한 수집이 아니에요, 준호 씨."

박말숙이 낡은 목재 장식장 앞에 멈춰 서며 속삭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기괴한 형태의 골동품들이 즐비했다. 인간의 뼈를 깎아 만든 듯한 조각상,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은제 그릇, 그리고 알 수 없는 용도의 기계 장치들까지.

"그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집착했어요. 특히 이 물건들에는... 설명하기 힘든 집착이 서려 있죠. 마치 누군가를 가두거나, 혹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준호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유독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고인의 서재에서 옮겨온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괘종시계였다. 시계는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난 채 멈춰 있었고, 시계바늘은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시계가 멈춘 시간은 언제인가요?"

준호가 물었다. 박말숙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기록에는 없어요. 하지만 이 시계는 멈춘 게 아니라, 누군가 강제로 멈춰 세운 것 같네요. 내부 기어들이 엉망으로 뒤엉켜 있어요.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요."

준호는 시계의 파손된 유리 조각을 유심히 관찰했다. 밖에서는 친척들의 가식적인 흐느낌과 이태윤의 권위적인 발언이 섞여 들려왔지만, 이곳은 정적과 기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섬이었다. 그는 직감했다. 박 노인의 수집벽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평생 동안 쌓아온 비밀의 파편들이었다.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는 자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

준호는 다시 한번 유언장의 문구를 떠올렸다. 노인은 왜 하필 '웃음'을 요구했을까. 슬픔은 의무이지만, 웃음은 의도다. 웃음은 누군가의 비밀을 폭로할 때 터져 나오고, 타인의 추락을 목격할 때 발생한다. 노인은 장례식이라는 가장 엄숙한 장소에서 가장 세속적인 반응을 끌어내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때, 장례식장 앞쪽에서 갑자기 큰 소란이 일었다. 누군가 고인의 사생활에 관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꺼낸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아니, 비아냥이 섞인 실소와 경악 어린 탄성이 섞여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아버님께서 그 시절에 저지르셨던 그 일 말이에요, 정말이지 지금 들어도 믿기지 않네요!"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준호는 수첩을 꺼내 들었다. 이제 이 장례식은 슬픔의 의례가 아니라, 탐욕이 만들어낸 가장 잔혹한 희극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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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장례식장 구석에 놓인 기이한 장식품들을 훑어보았다. 박 노인의 사생활을 상징하는 듯한 기묘한 골동품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은밀한 장치들. 그는 직감했다. 이 장례식은 단순한 유산 상속의 장이 아니다. 이것은 박 노인이 설계한 정교한 덫이며,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적들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비웃음이다. 준호는 주머니 속의 수첩을 움켜쥐었다. 이제 그는 이 화려한 장례식의 막후에서, 가장 처절한 진진실을 향해 발을 더 내디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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