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장례식장은 화려했다. 아니, 그것은 장례라기보다 차라리 권력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성대한 연회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 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이 아니라, 죽음을 소비하는 전시장이었다. 고가로 수입된 백색 장미는 시들지 않는 생명력을 과시하며 복도를 가득 채웠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은 인간의 본능적인 비린내를 지우는 데 필사적이었다. 그 화려한 장식들 사이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거대 자산가 박 노인의 시신이 놓인 관은 마치 왕좌처럼 위엄 있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강준호는 검은색 코트의 깃을 세우며 장례식장 입구에 섰다. 그는 이 화려한 비극의 현장을 관찰하는 관찰자였다. 한때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며 권력의 이면을 파헤쳤던 그는, 이제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추악한 탐욕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눈은 슬픔이 아닌, 날카로운 의심으로 번뜩였다. 박 노인은 평생을 은둔하며 자산의 규모를 불려왔으나, 그가 남긴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기괴한 유언이었다.
"내 장례식에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는 자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
그 문구는 장례식장에 모인 자들의 표정을 단숨에 바꾸어 놓았다. 애도의 눈물은 순식간에 탐욕의 안개로 변했고,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다음 차례의 '웃음'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이 노인네는."
준호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곁으로 장례지도사 박말숙이 다가왔다.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향초를 정리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입을 열고 있죠. 이 장례식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준호 씨. 진짜 쇼는 이제부터니까."
그녀의 말처럼,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긴장감 넘치는 무대로 변해갔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모인 자식들과 친척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들. 죽음이라는 가장 엄숙한 의례는 자본주의라는 탐욕스러운 엔진을 만나 기괴한 희극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 ✦ ✦
준호는 장례식장 한구석에 놓인 기이한 장식품들을 훑어보았다. 박 노인의 사생활을 상징하는 듯한 기묘한 골동품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은밀한 장치들. 그는 직감했다. 이 장례식은 단순한 유산 상속의 장이 아니다. 이것은 박 노인이 설계한 정교한 덫이며,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적들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비웃음이다. 준호는 주머니 속의 수첩을 움켜쥐었다. 이제 그는 이 화려한 장례식의 막후에서, 가장 처절한 진실을 향해 발을 내디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