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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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굽는 가마 · 약 3분

산등성이마다 엉겨 붙은 안개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숨결처럼 마을의 골목마다 스며들었다. 외부와 단절된 이 마을은 시간조차 흐름을 잊은 듯 고요했고, 공기는 습기를 머금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그 적막을 깨는 것은 오직 하나, 마을 입구에서부터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기묘한 향기였다. 그것은 꽃향기 같기도 했고, 오래된 종이의 퀴퀴한 냄새 같기도 했으며, 때로는 갓 구워낸 빵의 온기처럼 포근하게 코끝을 간질였다. 하지만 그 향기에 깊게 침잠할수록 사람들은 현실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잊어갔고, 그들은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몽롱한 눈빛으로 마을을 배회했다.

강지안은 코끝을 찌르는 그 달콤하고도 비릿한 향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수사관 시절, 수많은 사건 현장에서 맡았던 피비린내나 썩은 시체의 악취와는 차원이 다른, 인위적이고도 탐욕스러운 향이었다. 그는 젖은 외투를 여미며 마을 어귀에 위치한 '윤슬 공방'을 응시했다. 낡은 목조 건물은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산자락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그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연기는 마치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아스라했다.

"이곳이 당신이 말한 곳인가요?"

지안의 낮은 목소리에 옆에 서 있던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분석적인 시선으로 공방의 외벽에 붙은 흔적들을 살폈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은 죽은 자들의 유품을 태워 향기를 추출하는 곳이라 불려요. 하지만 그 향기가 단순히 추모를 위한 것이라는 증언은 어디에도 없죠. 오히려 사람들을 홀리는 마약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수현의 냉소적인 말투에도 지안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품 안 깊숙이 넣어둔, 딸의 작은 머리끈을 만지작거렸다. 아이가 사라진 그날 이후, 그의 모든 감각은 오직 아이의 흔적을 찾는 데에만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그는 이제 공권력의 이름이 아닌, 한 아버지의 처절한 집착으로 이 안개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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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문이 열리자,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한 압도적인 향기가 지안을 덮쳤다. 그것은 단순히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파편을 뇌 속에 직접 주입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공방 내부에는 수많은 유리병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제각각의 색을 띤 액체와 고체들이 담겨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억을 굽는 장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공방 깊숙한 곳, 그림자 속에 앉아 있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그의 눈동자는 지나치게 투명하여 기괴한 인상을 주었다. 노인은 손에 든 작은 향료병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타오르며 응축된 향기가 담겨 있었다. 지안은 직관적으로 느꼈다. 이 향기는 추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영혼을 갉아먹어 만들어진 잔혹한 예술이었다. 지안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신의 딸이 보낸 마지막 신호를 찾기 위해, 향기에 중독된 마을의 정적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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