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다음 차례의 만찬

유령 식당의 미식가들 · 약 5분

어둠은 질척이는 점액질처럼 피부에 달라붙었다. 수진은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손끝이 닿는 모든 것들을 더듬었다. 차가운 금속의 질감, 습한 콘크리트의 냄새,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약품 냄새. 태준의 손은 여전히 단단하게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의 손등에 돋아난 솜털이 공포로 인해 빳빳하게 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수진아, 내 말 들려? 정신 차려."

태준의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그는 짐승 같은 감각으로 주변을 탐색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비상용 전등의 잔광이 찰나의 순간을 비추었다. 그 짧은 빛 속에서 수진은 보았다. 벽면에 설치된 배관들이 마치 거대한 뱀처럼 꿈틀대며, 그 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투명한 액체가 바닥에 고여 있는 것을. 그것은 생명의 정수이자, 국가가 사육하고 관리하는 '무언가'의 부산물이었다.

수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니, 몸이 움직였다. 그녀는 이제 스스로가 무엇으로 정의되는지 알고 있었다. '채숙'되는 재료. 인간의 감각이 극대화되는 지점에서 추출되는 고순도의 공포. 그녀는 자신의 공포가 어떻게 타인의 탐식으로 변모하는지, 그 끔찍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이해는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공포를 인지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감정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저쪽이야."

태준이 가리킨 방향에서 육중한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시설의 출입구이자, 이 지옥 같은 지하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달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기계적인 소음과 강석호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수진은 폐가 터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앞을 보았다.

그때, 수진의 뇌리를 다시 한번 강렬한 기억이 스쳤다. 어린 시절의 마당, 어머니가 건네준 사과 한 조각의 달콤함. 그리고 그 기억의 이면, 사실은 그 마당이 이 식당이 세워지기 전의 부지였다는 사실이 파편처럼 맞춰졌다. 그녀의 집안은 이 땅의 소유주였고, 그녀의 가족은 이 시설의 초기 자금을 제공하는 주요 후원자들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고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태생부터 이 시설의 일부로 설계된, 가장 '순수한' 재료였다.

"수진아, 잡아!"

태준이 문을 억지로 밀어젖혔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은 밖으로 굴러떨어졌다.

✦ ✦ ✦

차가운 빗줄기가 뺨을 때렸다. 수진은 젖은 땅바닥에 엎드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에는 안개에 싸인 깊은 산속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거대한 시설의 입구는 마치 거대한 괴물의 입처럼 닫혀 있었다.

"살았어... 우리가 나왔어."

태준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떨리는 손으로 수진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극도의 피로와 안도감이 교차했다. 수진은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그저 쏟아지는 빗속에서 자신의 몸이 이질적으로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 든 작은 메모지를 꺼냈다. 그곳에는 그녀의 피실험체 번호와 '채숙' 상태가 기록되어 있었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이 시설에서 나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수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비는 멈추지 않았고, 안개는 더욱 짙게 깔렸다. 그때, 그녀의 귓가에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스피커도, 기계음도 아니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아주 가깝고 은밀한 목소리였다.

"아름다운 탈출이로구나. 하지만 수진아, 너는 이제야 진짜 식탁에 오르게 된 거야."

수진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태준을 보았다. 태준은 여전히 그녀를 보호하듯 곁에 있었지만, 그의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아니, 그것은 태준의 눈이 아니었다. 태준의 몸을 빌려 말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수진은 깨달았다. 이 시설은 그들을 가두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사냥감을 밖으로 내보내어, 그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순간에 가장 극심한 공포를 맛보게 하는 거대한 사냥터였다. 식당은 이제 그녀를 위한 '개방된 공간'이 되었다.

그녀의 기억, 그녀의 공포, 그녀가 방금 느꼈던 탈출의 희열까지도 이제는 강석호의 식탁 위에 차려질 전채 요리였다. 그녀는 이제 '메인 요리'로 예약되었다.

"아..."

수진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빗줄기는 이제 눈물처럼 쏟아졌고, 안개 속에서 누군가—혹은 무언가가—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식당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문은 그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온전히 '요리'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었다. 그녀의 공포가 가장 달콤하게 숙성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세상은 고요하게 그녀를 삼키기 시작했다.

목차

읽기 설정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