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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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식당의 미식가들 · 약 3분

안개는 산의 허리를 휘감으며 내려앉았고, 숲은 숨을 죽인 채 비명을 삼켰다. 지도에도, 누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깊은 골짜기 끝에는 '심연'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허기진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종착지이자, 세상의 끝에 매달린 화려한 성소였다. 묵직한 참나무 문이 열리면, 바깥의 습한 공기와는 전혀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요하고도 농익은 향기가 손님을 맞이했다. 그것은 잘 익은 과실의 단내이기도 했고, 오래된 종이의 바스락거림 같기도 했으며, 때로는 누군가의 비명에 섞인 비릿한 금속성 향취와도 닮아 있었다.

"환영합니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가져오셨군요."

식당의 주인, 강석호는 은색 쟁반 위에 놓인 요리를 정중히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벨벳처럼 고왔으나, 그 끝에는 시린 얼음 조각이 박혀 있는 듯한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손님의 눈동자에 어린 공포와 희열을 관찰하며,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듯 미소 지었다. 식탁 위의 요리는 인간의 미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지옥 같은 풍미와 천국 같은 황홀함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손님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잃어갔고, 그 대가로 죽음의 문턱에서 한 걸음 물러난 생의 감각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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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가장 낮은 곳, 주방의 부속 공간에서 수진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식탁을 닦던 깨끗한 린넨이 들려 있었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결코 닦아낼 수 없는 참혹한 진실이었다. 손님의 시신은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고기처럼 해체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식당의 품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점액질이 눌러붙어 있었다. 수진은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발소리는 그녀의 심장을 조여왔다. 이곳은 죽음을 배웅하는 성소가 아니었다. 이곳은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인간을 해체하고, 그들의 생명력을 추출하는 잔혹한 도살장이었다. 수진은 자신이 그동안 닦아온 식탁이 사실은 누군가의 비명과 고통으로 찌든 제단이었음을, 그리고 자신이 먹어온 그 달콤한 요리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을 느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느냐, 수진아."

어둠 속에서 들려온 강석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아했으나, 그 안에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압도적인 포식자의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수진은 깨달았다. 자신은 이 식당의 일원이 아니라, 아직 채숙되지 않은 가장 신선한 재료로 이곳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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