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화려한 장례와 차가운 유산

유언의 무게 · 약 6분

서진은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가장 위에 놓인 녹음테이프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자,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억눌린 공포와 신경질적인 초조함이 뒤섞인, 마치 짐승의 신음 같은 음성이었다.

"기록해둬. 이 돈은 정당한 대가가 아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어. 멈추는 순간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질 테니까. 그들의 비명은 숫자로 치환되어야 하고, 눈물은 자본의 논리로 덮여야 한다. 기록은 지우되, 장부에는 남겨라. 그것이 이 가문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녹음은 거기에서 끊겼다. 서진은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떨구었다. 방금 들은 것은 아버지가 남긴 유언이 아니라, 죄악을 은폐하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해온 한 인간의 자백이었다. 서진은 책상 한구석에 놓인 작은 약병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된 알약들이 가득했다. 강력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였다. 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 이 약들에 의지하며 불면의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매일 밤 잠들지 못하는 지옥 속에서 이 추악한 장부를 써 내려갔을 그 노인의 초상은 서진의 가슴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혔다.

서진은 다시 장부를 펼쳤다. 가문의 이름이 지워진 사람들의 이름 대신 들어간 기호들. 그 기호들은 특정 개발 사업의 부지 말소와 강제 이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들을 의미했다. 법과 정의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으로 무장했던 그의 커리어는, 사실 타인의 파멸을 공고히 다진 토대 위에 세워진 모래성임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변호사로서 승소했던 수많은 사건이, 실상은 이 장부에 기록된 것들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논할 때, 아버지는 법의 틈새를 이용해 타인의 삶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때, 정적을 깨는 낮은 발소리가 들렸다. 서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문가에는 윤서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화려한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장례식장에서 보여준 차가운 비즈니스적 태도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아버지의 비밀을 이렇게나 많이 품고 계셨을 줄은 몰랐네."

윤서연의 목소리는 서늘한 얼음장 같았다. 그녀는 서진이 들고 있는 장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 걸음 다가왔다.

"서진아, 그건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야. 이건 우리 가문의 생존이 달린 기록이야. 확인했으면 이제 덮어. 그리고 네 자리를 지켜."

서진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나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오직 이 거대한 부를 어떻게 하면 더 온전하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탐욕스러운 계산만이 서려 있었다.

"덮으라고? 이 장부 속에 적힌 사람들의 죽음을, 그들의 눈물을 숫자로 치환해서 덮으라는 말인가?"

서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와 배신감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목소리를 거칠게 만들었다.

"너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 권력과 부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서, 네 손에 묻은 피를 보지 못한 건 아니었겠지."

윤서연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녀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피라니, 촌스러운 표현이구나. 이건 비즈니스야. 우리가 이 자리에 앉기 위해 치러야 했던 비용이지. 네가 지금 느끼는 그 고결한 정의감이 우리 가문을 무너뜨릴 것 같니? 아니, 그건 네가 아직 현실을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일 뿐이야."

그녀는 서진에게 다가와 장부를 낚아채듯 가져갔다. 서진은 이를 저지하려 했지만, 그녀의 손길은 단호했다.

"이 장부는 우리 가문의 자산이야. 외부로 한 줄기라도 새어 나가는 순간,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거야. 네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변호사로서의 양심이 가문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면, 그건 네 책임이야."

윤서연은 장부를 덮어버리고는 서진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조심해. 진실을 파헤치는 자는 그 진실에 잡아먹히는 법이야."

그녀가 방을 나가는 순간, 서진은 홀로 남겨졌다. 방 안은 다시 차가운 정적에 휩싸였지만, 아까보다 훨씬 더 무겁고 숨 막히는 공기가 감돌았다. 서진은 책상 위에 놓인 아버지의 약병을 다시 바라보았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이 추악한 기록을 써 내려갔을 노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는 이제 선택해야 했다. 아버지가 남긴 이 지독한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그가 공들여 쌓아온 성벽의 일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 성벽을 무너뜨리고 그 아래 파묻힌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올릴 것인가. 서진은 떨리는 손으로 장부의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곳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더 깊은 곳의 기록들이 숨겨져 있었다.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화려한 조명이 켜진 마천루와 그 아래로 뻗어 있는 어두운 골목들. 그 대비가 오늘따라 유독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제 법전이 아닌, 이 장부 속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진실을 수사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 대신, 아버지가 남긴 죄의 무게를 짊어진 채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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