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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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의 무게 · 약 3분

장례식장의 공기는 지나치게 건조했다. 최고급 향이 피어오르는 공간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그가 남긴 거대한 제국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차가운 거래소에 가까웠다. 검은 상복을 입은 이서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객들을 응대했다. 그의 시선은 정중하게 머무르는 척하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의 동태를 살피는 예리한 매였으나 그 끝에는 늘 지워지지 않는 피로가 매달려 있었다. 완벽하게 다려진 수트와 흐트러짐 없는 매무새는 그가 이 가문의 후계자로서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을 규율 속에 가두어 왔는지를 증명했다.

"이것이 아버지가 남기신 마지막 선물입니다."

누군가의 낮은 속삭임이 들려올 때마다 서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차가운 파동이 일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단순히 숫자로 치환되는 자산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짓밟고 세워진 거대한 성벽이라는 사실을. 그 성벽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야 했는지를 그는 본능적으로 감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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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가 끝난 후, 적막이 내려앉은 저택의 서재는 기묘한 압박감을 뿜어냈다. 서진은 아버지의 집무실 책상 앞에 섰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로 떨어지는 빛은 마치 이 집안을 감도는 은밀한 비밀들을 조명하는 듯했다. 그는 책상 깊숙한 곳, 육중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비밀 금고 앞에 섰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질감은 죽음보다도 더 서늘했다.

서진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그가 그토록 숨겨왔던 사적인 공간이었다.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퀴퀴한 종이 냄새와 함께 묵직한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 안에는 화려한 장식도, 보석도 없었다. 대신 낡은 장부들과 수십 개의 녹음테이프가 가득했다.

서진은 무심코 펼쳐본 장부의 첫 페이지에서 멈칫했다. 그곳에는 가문의 이름이 아닌, 이름도 지워진 사람들의 고통이 숫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피 냄새가 나는 돈의 궤적. 그는 직감했다. 이제껏 자신이 지켜온 법과 정의라는 가치는 이 방 안에서부터 시작된 추악한 은폐 위에 세워진 허상이었음을. 서진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정적만이 가득한 방 안에서, 죽은 자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 하나가 마치 경고처럼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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