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밤의 바다는 은밀한 문장들을 품은 채 부서지고 있었다. 달빛이 수면 위로 내려앉아 잘게 부서질 때면, 파도는 해안가 끝자락에 매달린 달빛 마을의 고요를 흔들며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세상의 모든 속도가 잦아든 이 시각,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 끝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목조 가옥 하나가 외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아주 희미했다. 그 안에는 밀가루의 고소한 향기와 함께,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억의 잔향이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낡은 오븐이 식어가는 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낮은 숨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때로는 잊힌 이름을 부르는 나직한 속삭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곳의 빵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유년의 한 조각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눈물의 맛이었다. 할머니가 남긴 낡은 레시피 북에는 계량된 밀가루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람의 온도, 파도의 리듬,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순간이었다.
문득, 차가운 밤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예감인지, 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신호인지 알 수 없는 기척이 달빛 아래를 서성였다. 빵집의 불빛이 파도 소리에 섞여 일렁였다. 아직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러나 반드시 피어나야만 하는 이야기가 이 고요한 오븐 속에서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