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뒤집힌 진실
오메가 코드의 검은 입구가 강한의 시야를 집어삼킬 듯 일렁였다. 심장부의 중력은 마치 육체를 데이터 단위로 분해하려는 듯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 강한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늪을 걷는 것처럼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고통보다 더 날카롭게 신경을 파고드는 것은, 방금 전 목격한 데이터의 포식적 진실이었다. 인간의 영혼을 연료로 삼는 이 거대한 위장 속에서, 자신은 과연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강한, 조금만 더 가면 돼.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평소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평소의 낙천적이고 생기 넘치는 톤이 아니라, 무언가 기계적으로 정제된, 마치 미리 입력된 명령어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건조함이 섞여 있었다. 강한은 그 위질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유나는 데이터 패드를 응시한 채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유나, 네 목소리가... 이상해."
강한의 물음에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홀로그램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자동 인형처럼 보였다. 그 순간, 강한의 팔목에 부착된 은색 보조 장치가 기괴한 진동을 일으켰다.
평온함을 주던 냉기는 사라지고, 신경 링크를 타고 날카로운 고주파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윽...!"
강한은 비명을 삼키며 무릎을 꿇었다. 머릿속이 깨질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아까 전의 통증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것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경망 내부를 타고 역류하여 뇌의 중심부를 직접 타격하는 공격이었다. 시야가 붉게 점멸하며 데이터 노이즈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이게... 무슨..."
강한은 떨리는 손으로 팔목의 장치를 만졌다. 장치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직감했다. 이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의 신경 신호를 아키텍의 중앙 서버로 실시간으로 쏘아 올리는, 가장 정교하고도 잔인한 추적기였다.
"유나... 이거... 네가 준 거..."
강한이 고통 속에서 간신히 이름을 불렀을 때,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유나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강한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더 이상 생기 넘치는 낙천성도, 걱정 어린 동정심도 없었다. 오직 서늘한 공허함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안해, 강한. 하지만 이건 네가 선택한 길이야."
유나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들고 있던 데이터 패드를 가볍게 탭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를 아키텍의 보안 프로토콜에 직접 전송했다.
"네 신경 신호가 너무 시끄러웠거든. 이렇게 추적기를 심어두니까, 네가 어디까지 들어왔는지, 어떤 데이터 오류를 일으키는지 아주 명확하게 보이더라고. 덕분에 작업이 훨씬 쉬워졌어."
강한은 절망적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믿었던 조력자, 이 삭막한 네오 서울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존재가 사실은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 던져진 미끼였다는 사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을 찔렀다.
"너도... 그들의 일부였던 건가? 아니면, 그저 도구에 불과한 건가?"
"둘 다 아닐지도 몰라. 나는 그저 살아남아야 했을 뿐이야. 이 시스템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는 건 자살 행위야. 너처럼."
유나는 무심하게 말을 내뱉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강한이 아닌, 그가 향하던 오메가 코드의 문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 곧 도착할 거야. 네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스템이 너를 어떻게 처리할지... 나도 궁금하거든."
그 순간, 멀리서 거대한 기계적 진동음이 들려왔다. 아까의 드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가진 보안 팀의 중장비들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붉은 경고등이 터널의 벽면을 따라 미친 듯이 번뜩이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지 마... 오지 마라!"
강한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데이터의 소용돌이 속으로 허망하게 흩어졌다. 유나는 이미 그에게서 등을 돌린 채, 다가오는 추격자들의 신호를 가속시키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이 조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동생을 찾기 위해 달려온 여정, 그리고 자신을 지탱해주던 마지막 신뢰마저 무너져 내린 배신감.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 강한의 의식을 하얗게 태워버렸다.
그는 타들어 가는 신경의 고통 속에서, 눈앞의 검은 문을 응시했다. 이제 그는 혼자였다. 유나의 배신은 그를 완벽한 고립으로 몰아넣었고, 아키텍의 거대한 포식자는 이제 그의 목덜미를 물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강한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번 오메가 코드의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배신과 절망이 뒤섞인 어둠 속에서, 그는 오직 이 지옥 같은 진실의 끝을 마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