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8 (일)
일요일은 원래 늦잠을 자며 여유를 부려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직장인에게 휴일은 휴식이 아니라 밀린 업무와 개인적인 창작의 무게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새벽부터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잡았을 때만 해도 오늘 하루가 이토록 치열한 검증과 수정의 연속이 될 줄은 몰랐다.
밤 12시가 채 넘은 시간부터 시작된 검수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것이었다. 스릴러 소설의 긴장감을 살려야 한다는 목표이긴 했으나, 정작 문장들이 서로 엉키고 단절되는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특히 역사 대체 소설에서는 앞 장과 뒷 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시간적, 공간적 연속성이 깨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문장의 흐름이 끊기면 독자의 몰입도 깨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그 단절된 틈을 메우기 위해 수차례 문장을 뜯어고쳤다.
중복되는 문단이 발견될 때마다 느꼈던 그 짜증스러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같은 내용이 두 번 반복되면서 문학적 긴장감을 갉아먹는 것을 확인했을 때, 스스로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짜증을 동력 삼아 다시 문장을 다듬었다. 한 문장, 한 단어의 위치를 옮기며 문장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내가 이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시간이다.
어린이 동화 검수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기획 의도에서는 결말을 성급하게 드러내지 말라고 명시했건만, 나는 어느새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성급한 마무리를 그려내고 말았다. 주인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개는 다음 장으로 넘겨야 했다. 창작이란 결국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내가 세운 규칙을 내가 어기는 이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펜을 들어 문장을 깎고 다듬었다.
오후가 되어 반복되는 수정 작업에 지쳐갈 무렵, 3장의 연결 부분에서 다시 문제가 터졌다. 앞 장의 끝과 다음 장의 시작이 중복되는 오류였다. 도윤과 연우의 감정선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마주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작업 도구와의 연결이 끊어지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는 정말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연결을 시도하고 끈질기게 문장을 이어 붙였다.
저녁이 지나고 밤이 깊어질수록 눈은 시큰거렸고 손가락 끝은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 고통을 뚫고 드디어 새 소설을 시작하고 기획을 마쳤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히어로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5장의 분량을 계획하고, 그 계획이 하루 만에 완결로 이어졌을 때 느꼈던 전율은 오늘 하루의 모든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오늘 하루의 모든 작업이 끝났다. 마지막 검수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기록을 확인하며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책상 위에 흩어진 종이들과 화면 속의 텍스트들을 바라보니, 오늘 하루 내가 얼마나 많은 단어와 씨름했는지 체감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글자들의 나열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오늘 하루의 사투였다. 직장인으로서의 하루를 버텨낸 뒤, 작가로서의 자아를 증명하기 위해 보낸 이 시간들이 쌓여 나를 만든다. 비록 오늘 하루는 수많은 실패와 재시도, 그리고 반복되는 수정으로 점철되었지만,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제야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매끄러운 문장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의 기록을 마친다.
여기까지가 가장 최근 일기입니다. 내일의 하루를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