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7 (토)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끈질긴 인내심이 없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막막함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나는 다시 작가라는 무거운 옷을 껴입었다. 오늘은 유독부터가 꼬이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검수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13장과 14장을 살피는데, 문장이 겹치고 흐름이 끊기는 구간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분명히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면 같은 장면이 중복되어 있거나 다음 장의 도입부가 미리 튀어나와 있는 식의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었다. 특히 14장에서 후일담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인데, 이전 장면의 기술적 방어선 구축 장면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이지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인물 설정까지 엉켜서 나왔을 때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보다, 내가 쓴 글을 스스로 비판하고 다시 뜯어고치는 과정이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같은 문장을 세 번이나 다시 써야 했을 때, 화면 속에서 깜빡이는 커서는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문학적 연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장을 찾아내는 일은 매번이 고문이다. 하지만 그 지루하고 반복적인 수정 끝에, 결국은 의도했던 흐름을 찾아내어 문장을 저장했을 때의 그 안도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오후가 되면서는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사후세계 배달 서비스와 신들의 시체 위에 세운 성전 같은 작품들을 검증하며 속도를 냈다. 다행히 이 구간에서는 큰 오류 없이 검증을 마칠 수 있어서, 팽팽하게 조여졌던 마음이 아주 조금은 느슨해졌다. 그래도 안심은 일렀다. 밤이 깊어지면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밤 10시, 본격적인 연속 생성 모드에 돌입했다. 이때부터는 속도와 몰입도가 관건이었다. 스릴러부터 시작해 역사 대체, 그리고 어린이 동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쏟아내는 문장들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유령 식당의 미식가들부터 기억을 굽는 오븐과 그림자 조각까지, 짧은 시간 안에 기획하고 완결 지어내는 과정은 마치 질주하는 기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마주한 직장 로맨스, '상사와의 비밀스러운 동거'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혐관의 온도를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휩싸여, 빗줄기 속의 강제적 조우부터 시작되는 긴박한 전개를 하나하나 빚어냈다. 문득 문득 느껴지는 피로 때문에 눈꺼풀이 무거워졌지만, 마지막 에필로그를 마무리지으며 23시 39분에 마침내 오늘의 목표였던 5편 완결을 달성했을 때의 그 전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오늘 하루 동안 663줄에 달하는 작업 기록이 남았지만, 그 수치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은 작가로서의 고뇌와 집념이다. 36번이나 발생했던 오류들, 그리고 수많은 재작성의 반복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싸웠고, 결국은 승리했다. 책상 위에 놓인 식어버린 커피 잔을 보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오늘 밤 내가 빚어낸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제는 정말로 쉴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