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탐욕의 성전과 그림자의 교차

신들의 시체 위에 세운 성전 · 약 7분

사제는 땀과 먼지로 얼룩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무너져가는 성소의 벽을 응시했다. 그가 느낀 것은 신의 자비가 아니라, 차가운 돌의 무게와 중력이라는 절대적인 물리 법칙이 주는 압박이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도 가시지 않은 이질적인 통증을 억누르고 성소의 상부 구조를 살폈다.

방금 전 느꼈던 기묘한 압력, 내 기억의 페이지를 뜯어내는 듯한 그 감각은 여전히 뇌리 끝에 날카로운 잔상을 남기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세계가 가진 '신성'이라는 시스템이 자아를 가진 의지처럼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혹은,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남긴 마지막 비명일지도 몰랐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 공포를 밀어내며, 손끝에 닿는 차가운 돌벽의 질감에 집중했다. 고고학자로서의 이성은 감각의 마모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닻이었다.

"사제여, 이제 물리적인 복구는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성소는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구조를 복구하더라도,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붕괴를 막아낼 동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말을 잇으며 성소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은 성소의 가장 깊은 곳, 아직 빛조차 닿지 않는 성소의 심장부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우리는 이 성소를 지키기 위한 무력과, 이 시스템의 진실을 파헤칠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돕는다면, 우리는 이 무너지는 성벽을 재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였다. 성소의 그림자 속에서 두 개의 형체가 나타났다. 하나는 거대한 검을 등에 진 채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내였고, 다른 하나는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채 낡은 양피지 뭉치를 품에 안은 여성이었다.

"신성(神聖)이 사라진 자리에서 이런 파격적인 논의를 하다니, 사제여. 당신이 말하는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불경하면서도 매혹적인 울림을 줄 줄은 몰랐군."

먼저 입을 연 것은 성기사단의 장관, 카시안이었다. 그의 갑옷은 수많은 전투의 흔적으로 긁히고 패여 있었으나, 그 눈빛만은 여전히 강직한 정의로 빛나고 있었다. 그 옆에 선 엘레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

"기계적 구조라니, 아주 흥미로운 가설이네요. 신의 은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거대한 구조물이 사실은 쇠락해가는 문명의 잔해라는 것, 당신의 말은 제 연구와 궤를 같이합니다."

나는 그들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안은 신의 침묵에 좌절했지만, 그는 여전히 백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내였다. 그리고 엘레나는 종교적 광기에서 벗어나 진실을 갈구하는 학자였다. 이들은 내가 필요로 하는, 신이 아닌 인간의 의지를 지탱할 동료들이었다.

"카시안 장관, 그리고 엘레나 학자. 당신들은 보았을 것입니다. 성소의 붕괴가 단순히 시간의 흐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시스템의 유지 관리를 방치했고, 그 결과로 발생한 공백을 탐욕스러운 자들이 노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을 성소 중앙으로 불러모았다. 나는 성소의 구조도와 내가 해석해낸 문헌의 핵심 내용을 펼쳐 보였다.

"이 성소는 도시의 자원 배분과 방거를 담당하는 허브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로가 막히고 성벽의 하중이 무너져 외부의 침입이 용이해졌습니다. 교단 내부의 권력 다툼은 이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대주교를 필두로 한 세력은 신의 죽음을 이용해 성소의 잔재를 독점하려 합니다."

카시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교단 내부의 배신이라니. 신의 이름을 빌려 권력을 유지하던 자들이 이제는 신의 시체를 뜯어먹으려 한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그들은 신의 은총이 사라진 것을 슬퍼하는 척하며, 사실은 그 권능이 남긴 물리적 자원들을 차지하려 합니다. 우리가 이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하면, 이 도시는 곧 외부 세력과 내부의 탐욕에 의해 분쇄될 것입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엘레나가 눈을 빛내며 한 걸음 다가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성벽을 보강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성벽은 방어의 수단일 뿐입니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시스템의 핵심인 수로를 뚫고, 성소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모든 기록과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신의 권능이 아닌, 인간의 공학적 설계로 이 도시를 지탱할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는 지시했다. 카시안은 즉시 성기사단의 남은 병력을 동원해 성소 주변의 치안을 확보하고 외부의 침입을 차단할 계획을 세웠고, 엘레나는 내가 해석한 문헌의 파편들을 연결해 시스템의 세부 설계도를 복원하는 데 착수했다.

작업은 가혹했다. 사제와 카시안, 그리고 나까지 포함된 이들은 무너진 성벽의 파편을 들어내고, 수 세기 동안 쌓인 퇴적물을 긁어내며 수로를 개방했다. 나는 현대의 토목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성벽의 하중 분산 지점을 지시했고, 카시안은 그 거대한 돌덩이들을 육체적으로 들어 올렸다.

"이 지점입니다. 이곳에 보강재를 설치해야 성벽의 쏠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나는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채 외쳤다. 사제는 이제 신의 목소리가 아닌, 흙과 돌의 무게를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우리가 수로를 뚫고 물을 흐르게 하자, 메마른 성소의 바닥에 습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성(神聖)의 은총이 아니라, 단순한 수압과 흐름의 회복이었다.

하지만 그 성취의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밀려오는 고통을 느꼈다.

신격에 잠식되는 영혼의 마모. 그것은 육체가 한계를 넘어서는 활동을 할 때마다 발생하는 부작용이었다. 마치 내 영혼이 이 세계의 물리 법칙과 충돌하며 깎여 나가는 듯한 감각. 나는 가슴을 움켜쥐며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댔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성소의 벽면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혈관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환각이 보였다.

'이곳은... 단순한 성소가 아니야.'

나는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성소는 도시의 식량 창고와 물 저장고, 그리고 방어 시설을 연결하는 거대한 관제탑이었다. 신성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된 이 거대한 공학적 설계는, 인류가 신의 권능에 의존하는 대신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한 최후의 보루였던 것이다.

"사제여, 정신 차리십시오. 아직은 이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제의 어깨를 붙잡았다. 내 목소리는 이제 이 세계의 언어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분명히 나의 것이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직도 붕괴의 위협에 노출된 성소의 구조를 바라보았다.

그때, 성소의 깊은 곳에서 기분 나쁜 진동이 느껴졌다. 그것은 외부의 공격도, 구조적 붕괴의 징후도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가 이 시스템의 심장부에서 강제로 무언가를 추출해내려는 듯한, 인위적이고도 잔혹한 기계음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소리가 나는 곳을 응시했다. 성소의 가장 깊은 곳, 아직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한 성소의 심장부에서, 누군가가 신의 잔재를 억지로 뜯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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