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탐욕의 무게

심해의 잔향: 침묵하는 파도의 노래 · 약 6분

"압력계가요, 계속 상승하는데요? 아니, 상승하는 게 아니라... 왜곡되고 있어요! 수심에 비례해서 증가해야 하는 압력이 지금은 무작위로 튀어 오르고 있어요. 마치 바다가 우리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찌그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서윤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통신실을 찢어발겼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며 데이터 시트 위를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화면에 출력되는 그래프는 이제 인간의 논리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압력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가 수축하고 팽창하며, 아르고스호의 선체를 종잇장처럼 구겨뜨리려는 듯한 기괴한 왜곡이었다. 중력의 방향성을 상실한 장비들이 천장으로 솟구쳤고, 조종석의 모니터들은 액체처럼 흐물거리며 화면을 일그러뜨렸다.

"팀장님, 전방 장갑판이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부 압박이... 이건 생명체의 근육질적 수축과는 달라요. 마치 공간 자체가 우리를 짓누르고 으스러뜨리는 것 같습니다!"

보안실에서 강혁의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박함이 서려 있었고, 그가 지키고 있는 방어 시스템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해 붉은색 경고등을 사방으로 뿌려댔다. 외부에서 밀려오는 압박은 수중 생명체의 습격이라기보다, 바다라는 거대한 유기체 자체가 이질적인 침입자를 밀어내기 위해 스스로의 형태를 뒤틀며 쏟아내는 거대한 아가리처럼 느껴졌다.

이준은 조종간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배어 나오는 땀이 차가운 금속과 섞여 미끄러졌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의 시야에는 왜곡된 공간 속에서 요동치는 이클립스의 푸른 빛이 보였다. 그 빛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독처럼 구조물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고, 그 파동은 마치 신경계가 자극받는 것처럼 주변으로 전이되며 기괴한 노이즈를 발생시켰다.

"전무님,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이건 단순한 채굴 지연이 아닙니다. 물리 법칙이 붕괴되고 있어요!"

이준이 고개를 돌려 박태준을 노려보았다. 박태준은 창백해진 얼굴로 관찰실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보다는, 이 전례 없는 현상이 불러올 파급력과 그로 인해 얻게 될 이익에 대한 기묘한 흥분이 서려 있었다.

"물리 법칙이 뒤틀린다고? 그게 무슨 소린가. 수치로 말해! 지금 이 상황에서도 에너지는 추출되고 있나?"

박태준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날카로웠다. 그는 재난의 한복판에서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할 자원의 가치만을 계산하고 있었다.

"추출은... 추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큽니다! 구조물의 반응이... 마치 바다가 분노하는 것 같아요!"

서윤이 울부짖듯 외쳤다. 그녀는 데이터 시트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파동을 포착했다. 그것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었다. 구조물의 특정 지점에서 시작되어, 마치 신경계가 자극받는 것처럼 주변으로 전이되는 그것은, 인류가 감히 읽어낼 수 없는 뒤틀린 시간과 압력으로 빚어진 기록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바다의 분노였다.

"팀장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지금 당장 채굴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 에너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이 심해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박태준이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이준을 압박했다. 그것은 협력이 아닌, 강압적인 명령이었다. 그는 기업의 이익과 자신의 지위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무너져 내리는 구조물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무님, 지금은 자원 확보가 우선이 아닙니다! 구조물의 붕괴가 임박했어요. 지금 계속 추출하면 아르고스호는 순식간에 압착될 겁니다!"

이준이 단호하게 맞섰으나, 박태준은 비정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붙였다.

"생존을 위한 자원 확보는 인류의 생존권입니다. 팀장, 당신의 책임감은 어디로 간 겁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에너지는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끊지 마십시오!"

박태준의 명령과 동시에, 강혁이 무력으로 이를 관철하려는 듯 보안실의 출력 장치를 최대치로 가동했다. 굉음과 함께 아르고스호의 엔진이 비명을 질렀고, 추출 장치는 더욱 깊숙이 구조물의 심장부로 파고들었다.

"강혁, 그대로 진행해! 더 깊게, 더 강하게!"

박태준의 명령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버를 당겼다. 그 순간, 아르고스호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요동쳤다.

"안 돼! 멈춰요! 이건...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서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모니터에는 이제 에너지가 추출되는 수치가 아니라, 구조물 전체가 파괴되는 붕괴 지표들이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이클립스의 에너지가 과도하게 뽑혀 나갈수록, 구조물은 마치 찢어지는 살점처럼 비명을 지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준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피눈물을 삼켰다. 그는 알고 있었다. 박태준의 탐욕이 불러온 이 강압적인 채굴이, 결국은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파멸의 방아쇠가 될 것임을. 구조물 내부의 공동(空洞)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울음소리는 이제 단순한 경고를 넘어, 종말을 알리는 장송곡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팀장님, 전력 과부하입니다!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어요!"

강혁의 외침과 동시에 선체 곳곳에서 불꽃이 튀었고, 차가운 심해의 물이 미세한 균열을 타고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준은 떨리는 손으로 조종간을 고쳐 잡았다. 그는 지금 인류의 생존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탐욕이 얼마나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지, 그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르고스호는 이제 거대한 구조물의 가장 깊숙한 공동으로,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으며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기계의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심해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하고도 서늘한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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