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강남의 밤은 인공적인 빛으로 점철된 화려한 무덤이었다. 고층 빌딩들이 뿜어내는 조명은 지상의 그림자를 지워버렸고, 그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거대한 자본의 은하수처럼 일렁였다. 그 화려함의 정점, 구름 위를 점유한 초호화 펜트하우스는 오늘 밤 가장 비극적이고도 탐욕스러운 장례식의 장소가 되었다.
박 노인의 시신은 차가운 대리석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죽음조차 자본으로 치장된 그곳에서, 향연은 아니었으나 그보다 더 지독한 탐욕의 향취가 감돌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마치 이 화려한 성채 안에 갇힌 자들의 파멸을 예견하는 듯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배분의 시작입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후 정리를 지켜봐 온 한이준은 차가운 눈으로 장례식장을 훑었다. 그의 시선은 시신이 아니라, 그 주변을 에워싼 세 명의 인물에게 머물렀다. 파산의 벼랑 끝에서 가문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선 그는, 이제 법전이 아닌 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전장에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심리치료사 강서윤이 서 있었다. 그녀는 마치 관찰자처럼 고요한 표정으로 죽은 자와 산 자들 사이의 기묘한 긴장감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아닌, 인간의 파멸이 불러일으킬 지적 쾌락에 대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상속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일이 아니에요. 그것은 한 인간의 생애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죠."
서윤의 나직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녀는 이준의 곁에 붙어 있으면서도, 언제든 그를 밀어내고 승리자의 자리를 차지할 준비가 된 포식자의 태도를 유지했다.
그들 앞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박도진이 있었다. 그는 이 게임의 규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주변을 압박했다. 그의 손에 쥐어진 권력과 폭력은 이 장례식장을 순식간에 살벌한 사투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저 멀리, 도박사의 낙천적인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즐기는 최민석이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일이 한 판의 거대한 도박이라 믿으며, 자신의 목숨을 건 판돈을 던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박 노인의 유언장은 이제 막 그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것은 유산의 전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본성을 시험하고 파멸시키기 위해 설계된, 정교하고도 잔인한 지옥의 초대장이었다.
"매주 월요일, 당신들은 이 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유언장의 낭독이 끝남과 동시에, 펜트하우스의 문은 굳게 닫혔다. 외부와 단절된 고립된 성채 안에서, 탐욕이라는 이름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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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샹들리에 아래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길고도 날카로웠다. 박 노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세 사람을 옥죄는 거대한 덫의 첫 번째 이빨이었다. 이제부터 시작될 매주 월요일의 의식은,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잔혹한 유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