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첫 번째 위협

별빛의 수호자 · 약 6분

별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려와 차가운 돌 위에 은백색의 가루를 뿌려두는 듯했다. 태훈은 수진을 조심스럽게 돌 위에 앉히며 깊은 숨을 들이켰다. 고요한 숲의 공기는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정신을 맑게 깨웠다.

"눈을 감으세요, 수진 씨. 지금은 외부의 소리가 아니라, 당신 내면에서 울리는 파동에 집중해야 합니다."

태훈의 낮은 목소리가 고요를 깨뜨렸다. 수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파도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 소리가 들렸으나, 의식을 집중할수록 그 소리들은 점차 멀어졌다. 대신 그녀의 의식 밑바닥에서부터 웅성거리는 기묘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심장이 아주 느린 박자로 고동치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아주 오래전 잊힌 언어가 공명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겁고... 뜨거워요. 마치 무언가가 내 안에서 깨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아요."

수진이 입을 열었으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자각이 서려 있었다. 태훈은 그녀의 곁에 앉아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것은 당신의 힘입니다. 하지만 힘은 다루는 자의 의지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힘과 싸우려 하지 마세요. 그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지켜보십시오. 당신의 의지가 그 힘의 주인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수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식 속에서 요동치는 에너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았다. 손대면 휩쓸려 갈 것 같은 공포스러운 힘이었으나, 동시에 그 힘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의식 속에서 그 파도를 붙잡는 대신, 그 파도의 흐름에 자신의 의지를 실어 보냈다. 그러자 기적적으로 요동치던 에너지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그녀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온기로 변했다.

"성공했습니다."

태훈의 나직한 찬사가 들려왔다. 수진은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여전히 평온했으나,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입자들이 보였고, 나무들의 생명력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수호자의 눈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 ✦ ✦

명상을 마친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숲의 정적이 비정상적으로 일렁였다. 수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을의 가장자리, 울창한 숲이 시작되는 경계선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 아니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찢어지며 검은 잉크가 번져나가는 듯한 기괴한 현상이었다.

"장로님, 저쪽요."

수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 나갔다. 태훈 역시 표정을 굳히며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숲의 경계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지면을 타고 번져 나갔다. 안개가 닿는 곳마다 풀들은 시들고, 나무들은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 기괴하게 뒤틀렸다.

"이건... 단순한 짐승의 흔적이 아니다. 고대의 부정한 기운이 뒤섞여 있어."

태훈의 경고와 동시에, 안개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고 비틀려 있었으며, 얼굴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덩어리로 뭉쳐져 있었다. 존재 자체가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불쾌한 압박감이 마을 전체를 짓눌렀다.

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손등의 낙인이 타오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그녀의 체내에 잠들어 있던 힘이 반응했다. 그것은 공포에 대한 방어기제이자, 외부의 위협에 반응하는 수호자의 본능이었다.

"수진 씨, 위험합니다! 물러나세요!"

태훈이 외쳤으나 수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억제하며, 태훈이 가르쳐준 방어의 의지를 세웠다. 하지만 놈이 내뿜는 어둠은 그녀의 의지보다 훨씬 거대했다.

그림자 괴물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마을 쪽으로 육중하게 다가왔다.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대지는 진동했고,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질적인 긴장감에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마을 광장에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과 공포가 서렸다.

"무슨 일이냐!"

"가까이 오지 마라!"

사람들은 서로를 붙잡으며 방어적인 태세를 취했지만,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마을을 잠식해오는 검은 파동에 압도될 뿐이었다.

그때, 수진은 느꼈다. 놈의 존재가 자신의 힘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놈이 방출하는 어둠의 파동이 그녀의 혈통 속에 잠든 고대의 힘과 충돌하며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두 마리의 짐승처럼 격렬하게 반응했다. 수진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려졌고, 그녀의 손끝에서 의지와는 상관없는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아...!"

수진은 신음하며 무릎을 굽혔다. 놈의 힘이 그녀의 힘을 끌어내고 있었다. 억눌려 있던 힘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 폭발적으로 반응하며 그녀의 육신을 뒤흔들었다.

"수진 씨, 정신 차리세요! 당신의 의지로 그 힘을 억누르세요!"

태훈이 지팡이를 땅에 강하게 내리치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수진의 의식을 붙들기 위한 닻과 같았다. 수진은 떨리는 손을 움켜쥐었다. 놈의 그림자가 그녀를 삼키려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힘이 파괴적인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또한 자신뿐이었다.

수진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제 공포가 아닌, 지켜내야 한다는 처절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놈의 그림자가 그녀의 바로 앞까지 들이닥쳤고, 두 존재 사이의 공기가 비명 지르듯 뒤틀렸다.

목차

P 프롤로그별빛 아래, 수진은 잊혀진 영웅의 힘을 깨우고 마을의 새로운 보호자로 일어서기 시작한다. 1 별빛 아래의 잠수진은 별빛 아래 마을의 운명을 지키는 영웅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 신비한 밤의 방문낯선 여행자의 경고와 마주하며 깨어난 가혹한 운명의 그림자. 3 평화로운 일상깨어나는 힘과 마주하며 수호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수진. 4 어둠의 전조고대의 힘과 마주한 수호자의 고독한 사투가 시작된다. 5 장로의 예언깨어난 힘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수호자의 의지를 벼리는 여정. 6 미연의 발견고대의 기록 속에 드러난 가문의 비극과 억눌린 진실을 마주하다. 7 첫 번째 위협깨어난 수호자의 힘과 마을을 덮친 검은 그림자의 대치. 8 태훈의 결의수호자의 힘을 길들이는 수진과 그녀를 이끄는 태훈의 고된 수행. 9 비밀의 성철혈통의 비밀과 내면의 진실이 얽힌 수호자의 길. 10 어둠의 확산잠식하는 어둠과 내면의 파괴적 힘 사이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11 결정적 순간의 신호별빛의 신호에 이끌려 수진은 고대 영웅의 힘을 깨우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 12 영웅의 깨어남자신을 갉아먹는 고대의 힘을 다스리며 마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13 륜의 등장압도적인 어둠에 맞서 자신의 의지를 증명하려는 수진의 사투가 시작된다. 14 격렬한 전투고대 영웅의 힘을 지키려던 수진은 자신의 운명과 힘의 위험성을 깨닫는다. 15 절반의 승리파멸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숭고한 의지와 처절한 사투. 16 진실의 순간파괴의 힘을 조화의 빛으로 승화시킨 수진의 숭고한 깨달음. 17 어둠의 종결승리의 대가로 마주한 수호자의 고독과 힘의 무게. 18 새로운 수호자자아를 갉아먹는 힘을 다스리며 수호자의 길을 걷는 고독한 수행의 시작. 19 별빛 아래의 미래수호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수진이 마을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진다. E 에필로그파괴의 힘을 지키는 의지로 승화시킨 수호자의 고독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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