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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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빚는 기록자 · 약 2분

달빛은 때로 잔인한 기록자가 된다. 빛이 닿는 곳에는 찬란한 역사가 남지만, 그 빛이 만들어낸 짙은 그림자 속에는 차마 세상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진실들이 숨죽여 흐른다. 연국의 궁궐, 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월영각은 바로 그 그림자들이 글자가 되어 박제되는 장소였다. 서가 사이를 흐르는 서늘한 공기는 기록되지 못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고, 밤마다 스며드는 달빛은 종이 위에 내려앉아 누군가의 운명을 소리 없이 써 내려가고 있었다.

모든 것은 붓끝에서 시작된다. 먹이 종이에 스며드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 되어 흐른다. 누군가에게는 권력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무너져 내리는 삶을 붙잡는 마지막 밧줄이 되기도 한다. 이곳의 기록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세상이 눈을 감은 시간에도, 글자들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며 역사의 뒤편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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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도 달은 유난히 시리고 창백했다. 서가 사이를 부유하는 먼지조차 숨을 죽인 정적 속에서, 누군가의 고독이 문장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화려한 궁중의 질서와는 거리가 먼, 지독히도 외롭고 처연한 고백이었다.

"이 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인지, 혹은 보이지 않는 운명에 대한 항변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이 붓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가운 달빛 아래, 한 남자의 숨결이 서린 시구가 종이 위로 번져나갔다. 그것은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될, 가장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기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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