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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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굽는 세탁소 · 약 2분

비가 내린 뒤의 공기는 늘 축축한 기억을 머금고 있다. 낡은 세탁소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골목은 물기를 머금은 채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 위로 희뿌연 안개가 낮게 깔렸다. 스팀 다리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증기가 공기 중의 냉기를 밀어내며 몽글몽글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준우는 손끝에 닿는 옷감의 질감을 가만히 음미했다.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가 배어 있는 셔츠, 혹은 누군가의 간절한 기다림이 깃든 스커트. 그는 옷감의 결 사이사이에 숨어든 보이지 않는 얼룩들을 읽어낼 줄 알았다. 그것은 단순히 커피 자국이나 흙먼지가 아니었다. 눈물로 얼룩진 슬픔, 분노로 얼룩진 원망, 그리고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한 미련의 흔적들이었다. 그는 그 지독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뜨거운 열기와 깨끗한 물로 씻어내어, 타인에게 다시금 평온한 일상을 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건 너무 깊게 배어버렸네요.”

준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손에 든 것은 빛바랜 남색 코트였다. 옷감의 결을 따라 스며든 얼룩은 마치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집요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것은 세탁의 기술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듯한 상처였다.

그는 잠시 손을 멈추고 창밖의 흐릿한 풍경을 응시했다. 세탁을 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옷의 깨끗함이 아니라, 오히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잔상들이었다. 타인의 기억을 지워내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가슴 한구석에는 결코 씻어낼 수 없는 거대한 얼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얼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며 그의 삶을 잠식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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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흐르는 세탁소 안으로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나타난 한 여자였다. 그녀의 손에는 오래된 듯한,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 코트 한 벌이 들려 있었다. 준우는 직감했다데, 오늘 들어온 이 옷이 자신의 평온을 송두리째 뒤흔들 거대한 파동의 시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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